도심 장기농성 천막 철거 집행…농성자들 "농성장 사라져도 투쟁은 계속"

중앙일보

입력

2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농성 중인 민주노총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공투위)의 천막 등 시설물을 철거하자 농성을 벌이던 노동자들이 저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농성 중인 민주노총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공투위)의 천막 등 시설물을 철거하자 농성을 벌이던 노동자들이 저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서울청사 앞 인도 등 광화문 광장 주변에 설치된 농성 천막 3곳이 2일 철거됐다. 철거 과정에서 농성 참여자 2명은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철거 과정서 농성자·철거 인력 간 충돌 #농성 참가자 2명 종로서에 연행되기도 #구청 측 "수차례 공문 보내도 답 없어"

이번에 철거된 천막들은 해고·사업장 페쇄 등의 사태를 겪고 수년 간 장기 투쟁을 해온 이들이 모인 '노동자·민중 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공투위)가 설치한 천막이었다. 종로구청은 2일 오전 10시쯤 40여 명을 투입해 정부서울청사 앞에 있던 공투위 농성 천막을 철거했고 이어 세종로 소공원 인근과 이마빌딩 앞에 있던 농성 천막까지 철거했다. 모두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철폐, 노동권 쟁취 등을 촉구하며 최장 1년 이상 장기 농성을 이어오던 곳들이다.

2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 관계자들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농성 중인 민주노총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공투위)의 천막을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 관계자들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농성 중인 민주노총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공투위)의 천막을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 관계자들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농성 중인 민주노총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공투위)의 천막을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 관계자들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농성 중인 민주노총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공투위)의 천막을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철거 과정에서 철거를 막으려는 농성 참가자들과 철거 인력 간의 충돌도 벌어졌다. 참가자들은 "왜 남의 물건을 함부로 가져가느냐"며 구청 측에 거세게 반발하며 몸으로 이들을 막아섰다. 철거를 방해하려던 참가자 2명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종로경찰서에 연행돼 조사를 받기도 했다. 철거 작업 후 경찰은 이곳에 20여 개의 화분을 가져다놓고 폴리스 라인을 설치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공투위에 지난달 26일까지 천막을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대집행을 하겠다는 내용의 계고장을 미리 보냈다. 수차례 공문을 보내 자진 철거를 요구하고 공무원이 직접 찾아가기도 했지만 상황이 바뀌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구청에 따르면 이들이 설치한 구조물은 모두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도로법 특례 조항에 따라 사전 계고 없이 즉시 강제 철거가 가능하다.

공투위는 이날 오후 종로경찰서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혜진 공투위 공동대표는 "생존권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노동자에게 문재인 정권은 농성장 강제 철거와 불법 연행을 통해 생존권을 말살하고 정면으로 총부리를 겨눴다"고 규탄했다.

공투위 측은 "농성장을 철거한다고, 노동자를 연행한다고 이 투쟁이 끝나진 않는다. 문재인 정권은 노동자·민중의 요구를 짓밟은 정권의 끝이 무엇인지 불과 몇 달 전 확인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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