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모 있는 봉준호의 신비한 취향사전 51문 51답[3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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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봉준호 감독의 취향을 해부하고자,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모두가 궁금해하는 질문을 던졌다.

32. 봉준호 이름 앞에 ‘거장’이란 타이틀이 붙는다. 영광인가, 부담인가.

오버지. 여섯 편밖에 못 찍었는데 거장이라니.

33. 봉준호의 영원한 고전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들

알프레드 히치콕

알프레드 히치콕

34. 영화 제목을 정할 때 원칙이 있다면?

충동적. ‘플란다스의 개’만 내가 원한 제목이 아니었다. 회사에서 붙인 건데 나는 지금도 그 제목이 싫다. 시나리오 쓸 당시 제목은 ‘애니멀’이었다.

35. 힘들 때 생각나는 음식은?

너무 많은데(웃음). 김 좋아한다.

36. 제일 좋아하는 주종은?

위스키.

37. 주량은?

30대 때는 많이 먹었는데 이제는 많이 못 먹는다.

38. 어린 시절 별명은?

짱구. 머리가 커서.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습격!! 외계인 덩덩이' 스틸컷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습격!! 외계인 덩덩이' 스틸컷

39. 어린 시절 엉뚱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나?

많이 들었다. 맨날 이상한 소리하고, 이상한 만화 그리니까.

40. 영화감독이 안 됐다면 어떻게 밥벌이 했을까?

만화가

41. 꿈을 자주 꾸는 편인가?

자주 꾼다. 특히 불안한 꿈.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수평으로 움직인다거나. 엘리베이터 밑판이 쓰레기통 뚜껑처럼 양쪽으로 왔다갔다하는데 그 아래는 암흑인 꿈을 반복적으로 꾼다. 망신당하는 꿈도 자주 꾼다. 시내 한복판에 나갔는데 바지를 안 입고 있는 거다(웃음).

42.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나이 들고 잠이 줄었다. 최근 4~5년은 별로 안 잤다. 새벽 2~3시에 자도 5시 반에 일어난다. 부스럭거리면서 냉장고도 열어 보고, 노인들처럼(웃음).

43. 일은 주로 언제 하나.

밤에 일을 절대 안 한다. 편집할 때도 편집실에 아침 9시 반쯤 출근했다가 오후 5시 반에 나와 버린다. 저녁이 있는 삶을 지향한다.

44. 봉준호 감독에게 기억력이란? 

감퇴. 되게 세세한 것까지 기억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옥자’를 시작할 때도 연출부 소집해서 미리 얘기했다. ‘사람들이 봉테일, 봉테일 하는데 일해보면 놀랄 거다. 디테일은 스태프들에게 의지하고 있으니, 같은 질문을 반복해도 이해해 달라’고.

45. 그렇다면 봉준호에게 봉테일은?

날조된 신기루

46. 외국 배우들이 호칭을 어떻게 하나?

디렉터 봉. 보통 ‘디렉터 스티븐’‘디렉터 데이비드’ 안 그러는데, 나한테는 디렉터 봉이라고 하더라. 한국 스태프들이 ‘봉 감독님’이라고 불러서 그럴까. 다리우스 콘지 촬영감독은 ‘봉’이라고 불렀다. 나는 ‘다리’라고 불렀고. ‘봉~’‘다리~’

47. 촬영장에서 제일 많이 하는 말은?

‘컷’이지. ‘액션’은 조감독이 하니까.

48. 촬영장에서 두 번째로 많이 하는 말은?

당연히 ‘점심 몇 시야?’(웃음).

49. 반려 동물을 키우나?

‘쭈니’라는 개를 키운다. 유기견 보호소에서 처제가 데리고 왔는데, 처제 집에 원래 키우던 개와 사이가 안 좋아서, 불쌍해서 우리가 데려왔다. 지금은 사랑받으며 잘 지내고 있다.

50. 지금 스마트폰 배경화면은?

옥자 컨셉 아트. ‘설국열차’때도 컨셉아트를 담당했던 지호근씨의 그림이다. 투자사들을 만나거나, 캐스팅할 때 들고 다니면서 보여 줬다.

옥자와 미자:conceptual artwork by zoddd(지호근)

옥자와 미자:conceptual artwork by zoddd(지호근)

51. SNS는 안하나?

귀찮아서 안 한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다 안 한다. 해시태그 검색은 한다. #옥자 누르면 촤악 뜨지 않나. 감독들은 자기 영화 개봉할 때 다 할 거다(웃음).

장성란·김효은 기자 hairp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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