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주 조정 서막 올랐나 "3분기가 변곡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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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시장 활황을 등에 업고 올해 증시를 견인한 정보기술(IT)주가 과열 논란에 휩싸였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5% 내외 급락 #외국인 차익실현에 7월 순매도 전환할 듯 #3분기 업황·실적이 IT주 운명 가를 변곡점

지난 28일 코스피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4.1%, 5.56%씩 급락했다. 그 여파에 코스피는 하루 만에 42.25포인트 내린 2400.99로 마감해 2400선을 겨우 넘겼다. 2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하고도 주가가 내리면서 IT주 조정이 시작된 것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레 나온다. 실적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반영된 데다 그간의 상승 피로감이 누적됐다는 것이다.

42포인트 급락한 코스피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코스피 지수가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로 42.25 포인트 내린 2,400.99 로 마감했다. 2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17.7.28  kjhpress@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42포인트 급락한 코스피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코스피 지수가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로 42.25 포인트 내린 2,400.99 로 마감했다. 2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17.7.28 kjhpress@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증권가에서는 "고점 논란이 시작되는 시점이 바로 고점"이라는 말이 있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외국인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최근 5거래일 연속 국내 주식을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5일간 모두 1조6300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월 기준으로 매달 순매수 행진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번 달엔 달랐다. 28일까지 270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달 거래일이 하루(31일) 남은 점을 고려하면 7개월 만에 순매도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졌다.

IT 과열 논란의 진앙은 미국이다. 미국 증시는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빠르게 올랐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수익에 대한 주가의 배수)은 현재 18.2배다. 과거 10년 동안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그만큼 비싸졌다는 뜻이다. 특히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으로 대표되는 IT 주도주 상승 폭이 컸다. 단기에 크게 오르다 보니 과열 논란이 불붙었다. 최근엔 IT 업종 설비투자가 줄면서 투자자 사이에서 우려도 커졌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가격 부담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는 'FANG' 종목의 자본지출(CAPEX·미래 이윤을 얻기 위해 지출한 비용) 증가세가 최근 꺾였다"며 "미국 IT주 설비투자가 줄어들면 국내 반도체 업종에도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단기 조정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변곡점은 3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IT 업종 실적이 3분기를 기점으로 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 많아서다. 일부 외국계 증권사는 반도체 업황이 3분기쯤 꺾일 것이라고 봤다. UBS는 "1~2년 오르다 내리는 D램 가격 사이클을 볼 때 조만간 고점을 찍고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JP모간은 이달 초 보고서에서 "D램 마진이 3분기 고점을 찍고 점진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잇따라 '어닝 서프라이즈'(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를 기록한 IT 기업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진 점도 조정의 빌미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부진할 것"이라며 "계속된 어닝 서프라이즈로 3분기 실적 기대치가 높아진 상황에서 IM(IT·모바일)과 디스플레이 부문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보여 주가는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IT주가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더라도 주가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아직 국내 증시의 가격 매력은 주요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 국내 증시 PER은 9.3배로 미국(18.2)은 물론 영국(14.6), 일본(14.3), 중국(13.1) 등 주요국보다 크게 낮다.

많이 오른 IT주를 피해 소비재, 경기민감주 등 비(非)IT주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이른바 순환매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IT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반도체는 공급 과잉 상태가 아닌데다 중국과 미국 등 제품 수요가 견조한 만큼 조정을 받을 때 매수할 만하다"며 "또 실적 발표에 따라 종목별로 차별화하고 투자자의 순환매 양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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