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創業易守成難<창업이수성난>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42호 29면

漢字, 세상을 말하다

당(唐)나라 초기의 태평성세를 일컬어 ‘당초 3대의 치(治)’라고 한다. 정관의 치(貞觀之治, 태종, 627~649년)와 영휘의 치(永徽之治, 고종, 650~655년), 그리고 개원의 치(開元之治, 현종, 713~734년)다. 특히 태종의 통치 시기엔 백성들이 길에 떨어진 물건도 주워 갖지를 않고 또 도둑이 없어 상인이나 여행객이 안심하고 야숙(野宿)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태평성대를 구가했다.

하루는 태종이 뭇 신하들이 모인 자리에서 질문을 던졌다. “제왕의 사업은 창업이 어려운가, 수성이 어려운가?” 이에 계략을 꾸미는 데 능한 방현령(房玄齡)이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일어난 군웅(群雄)들과 싸워 이들을 모조리 깨뜨려야 승리를 얻을 수 있으므로 당연히 창업이 어려운 줄 아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위징(魏徵)이 반론을 제기했다. “제왕이 처음 일어날 때는 반드시 먼저 있던 조정이 부패해 있고 천하가 혼란에 빠져 있기 때문에 백성은 무도한 임금을 넘어뜨리고 새로운 천자를 기뻐 받들게 됩니다. 이것은 하늘이 주시고 백성이 따르는 것이므로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천하를 얻고 나면 마음이 교만해져 필요 없는 공사를 일으켜 세금을 거두고 부역을 시키고 합니다. 나라가 기울게 되는 건 언제나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따라서 수성이 더 어렵습니다.” 위징은 ‘창업이 쉽고 수성이 어렵다(創業易守成難)’고 말한 것이다.

태종은 두 사람의 말이 다 옳다고 하면서 “이제 남은 건 수성이니 다 같이 수성에 힘쓰자”고 결론을 내렸다. 제왕학(帝王學)의 명작으로 꼽히는 『정관정요(貞觀政要)』에 나오는 이 말은 익히 아는 성어이긴 하지만 새로 출범한 우리 정부가 되새길 필요가 있겠다. 현 정부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게 자신이 잘해서라기보다 전 정권의 실패에 기인한 바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혹여 천하를 얻고 난 뒤 마음이 교만해져 무리한 사업을 추진하고 세금을 마구 거두려는 게 아닌지 늘 경계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유상철
논설위원
you.sangchu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