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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 축포 쏜 SK하이닉스, D램 편식 해소가 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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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한국 반도체 산업이 3개월 동안 11조원을 벌어들이는 기록을 세웠다. SK하이닉스가 2분기에 3조원의 영업이익을 낸 데 이어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8조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가 반도체만으로 하루 1200억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SK하이닉스는 25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2분기 매출이 6조6923억원, 영업이익이 3조507억원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분기에 역대 처음으로 2조원대 영업이익(2조4676억원)을 내고, 3개월 만에 3조원의 문턱을 넘은 것이다. 지난 분기 대비론 24%,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574%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률 역시 46%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2분기 영업이익 사상 최대 기록 #시장 상황 좋아 당분간 호황 전망 #낸드플래시 강화에 회사 미래 달려 #도시바 인수전, 밀릴 수 없는 게임

D램·낸드플래시 수요가 살아난 건 클라우드 서비스와 중국의 스마트폰, 쌍끌이 수요 덕이다. 특히 클라우드 시장이 빠르게 덩치를 키우며 데이터 센터의 서버 수요가 급증, 고용량·고성능 메모리 반도체가 품귀 현상을 빚게 됐다. 아마존웹서비스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정보기술(IT) 공룡들의 승부처인 클라우드 서비스는 서버의 성능이 제품 경쟁력과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성능 좋은 메모리반도체를 확보해야 ▶데이터를 읽고 쓰는 시간도 줄어들고 ▶데이터 센터의 공간 대비 데이터 저장 용량도 늘어나며 ▶전력 소모도 줄일 수 있다.

[그래픽 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 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SK하이닉스는 이날 실적을 발표하며 “최근 데이터센터용 서버는 전통 서버에 비해 D램 채용량이 60~70% 많다”며 “고용량 메모리를 확보한 서버가 중요해지면서 내년에도 D램 시장은 20% 정도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IT 업계는 메모리 반도체의 초호황이 당분간 지속될 거라 예상한다. 하반기엔 고용량 낸드플래시를 탑재하는 스마트폰들이 잇달아 출시되며 낸드플래시 시장의 수요가 더 늘 전망이다. SK하이닉스가 하반기에도 기록 행진을 이어갈 거란 전망이 우세한 건 이런 시장 상황 때문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달 초 대만의 D램 제조사인 이노테라가 질소 유출 사고로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해 D램의 수급은 더욱 빡빡해진 상황”이라며 “SK하이닉스는 하반기에만 7조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연간 영업이익 15조 시대를 열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조2767억원이었다.

일각에선 축포를 터뜨리기엔 SK하이닉스 앞에 놓인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장 흔히 지적되는 건 D램으로 치우친 포트폴리오다. 하이닉스는 D램 시장선 굳건한 2위지만 낸드플래시 시장선 5위에 불과하다.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삼성전자와 비교되는 이유다.

도시바 인수전의 결과가 더욱 주목되는 것도 그래서다. 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은 지난달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를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돈만 대겠다던 하이닉스가 지분까지 확보하려 한다”는 일본 여론 때문에 본계약 작업이 지지부진하다. 송용호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도시바가 자칫 미국의 웨스턴디지털로 넘어가거나 대만 훙하이 같은 비메모리 회사에 팔리면 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시장 위상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도시바 인수와는 별개로 하이닉스는 더욱 공격적인 투자로 낸드플래시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쫓아오기 전에 기술 격차를 더 벌리는 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동 숙제다. 송 교수는 “2020년 무렵엔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가 시장에 풀리며 제품 가격을 교란시킬 수 있다”며 “지금 따라올 수 없는 정도로 기술 격차를 벌려놔야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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