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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치료 어려운 심방세동 환자, 이젠 시술로 안전하게 뇌졸중 예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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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심장내과 유철웅·김중선 교수
수술·시술은 보통 ‘사건’이 터진 뒤 수습하는 치료다. 드물지만 예방을 위해 하는 시술도 있다.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을 위해 하는 스텐트 시술은 그중 하나다. 심방세동은 증상이 거의 없지만 뇌졸중 위험이 건강한 사람에 비해 5배 이상 크다. 장기적으로 시술은 약 복용에 비해 뇌졸중 예방 효과가 크고 안전한 데다 경제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비교적 고난도인 이 시술을 하는 교수는 국내에서 손에 꼽힌다. 고대안암병원 유철웅 교수와 세브란스병원 김중선 교수를 만나 시술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들었다.

김중선 교수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대한심장학회 홍보위원대한심장학회지 편집위원대한심혈관중재학회 연구위원

김중선 교수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대한심장학회 홍보위원대한심장학회지 편집위원대한심혈관중재학회 연구위원

유철웅 교수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대한심장학회 이사대한심장학회 홍보위원대한심혈관중재학회 인증제관리위원

유철웅 교수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대한심장학회 이사대한심장학회 홍보위원대한심혈관중재학회 인증제관리위원

심방세동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유철웅 교수(이하 유) 심장이 파르르 떨리듯 박동하는 걸 심방세동이라고 한다. 물은 고이면 썩고 혈액은 고이면 굳는다. 심방세동에 의해 심장의 기능이 떨어지면 혈액이 고여 혈전(피떡)이 생긴다. 문제가 되는 건 좌심방, 그중에서도 ‘좌심방귀’라는 부분이다. 좌심방에 붙어 있는 일종의 주머니로, 혈전의 90%가 여기서 만들어진다. 혈전이 혈액과 함께 뿜어져 나가 뇌혈관을 막고 결국 중풍(뇌경색)으로 이어진다. 김중선 교수(이하 김) 뇌경색의 가장 큰 원인이 심방세동이다. 같은 조건일 때 일반인에 비해 심방세동이 있으면 뇌졸중 위험이 최소 5배 높다. 뇌경색 환자 4명 중 1명은 심장에서 생긴 혈전이 원인이다.
스스로 맥을 짚어 확인할 수 있나.
정상 심장은 1분에 60~100회 뛴다. 심방세동은 300~350회 정도 뛴다. 빈맥의 일종이다. 손목·목의 맥박을 재면 맥박이 천천히 뛰다 갑자기 빨리 뛰거나 잠시 뛰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증상만으로 심방세동을 자각하기란 매우 힘들다. 두근거림·답답함·어지럼증·현기증이 나타난다고는 하지만 스스로 느끼긴 어렵다. 더구나 수년 전부터 심방세동을 앓아 왔다면 이런 자각증상이 거의 없다. 반면에 진단은 매우 간단하다. 요새는 웬만한 병원에서 심전도 검사로 쉽게 확인한다.
대표적인 치료제가 와파린이다. 최근에는 차세대 치료제(NOAC)도 나왔는데, 각각의 장단점은.
뇌졸중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막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예전에는 와파린을 주로 썼다. 약값이 싸고 효과도 좋다. 다만 특정 음식(녹색 채소 등)이나 다른 약물을 함께 먹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상호작용이 활발해 효과를 지나치게 높이거나 낮추기 때문이다. 또 사람마다 약의 반응 정도가 달라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 이를 확인하면서 용량을 조절해야 했다.  새로 나온 치료제 NOAC은 이런 불편을 크게 줄였다. 매우 좋은 약이지만 출혈 위험이 여전히 크다는 점이 문제다. 뇌출혈 위험은 와파린보다 줄었지만 위장 출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또 다른 문제는 약을 제대로 챙겨 먹는 환자가 많지 않 다는 점이다. 1년이 지나면 환자 3명 중 1명이 약을 복용하지 않는 실정이다. 그만큼 뇌졸중 위험이 커진다.
뇌졸중을 예방하는 시술도 있다던데.
시술은 약의 단점을 크게 줄였다. 출혈을 비롯한 부작용 때문에 약을 못 먹는 환자에게 유용하다. 시술은 혈전의 90%가 발생하는 좌심방귀를 스텐트로 막는 방식이다. 혈전 발생 가능성을 줄여 결과적으론 뇌졸중 위험이 90% 감소한다. 동시에 와파린과 NOAC의 부작용까지 현저히 줄인다. 시술 후 3년부터 뇌졸중 발생, 사망 위험이 작아지는 것으로 보고됐다.
시술이라는 점에서 위험하진 않나.
안전성을 냉정하게 비교하려면 약을 평생 복용하면서 발생하는 출혈 위험과 시술의 합병증 발생 위험을 따져야 한다. 시술이 국내에 처음 도입된 2009년에는 시술 합병증이 10% 정도였다. 지금은 1.5% 내외로 줄었다. 의료진의 숙련도가 향상되고 의료기기도 발달한 덕택이다. 현재 국내 몇몇 병원에서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시술은 2시간 내외로 오래 걸리지 않는다. 마취 시간을 제외하면 실제 시술 시간은 1시간 이내다. 시술 후 3~4일이면 간단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졸중 예방 및 부작용 감소 외의 장점은.
환자입장에서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항응고제를 먹는 환자는 혈 위험 때문에 항상 긴장해야 했다. 스포츠·레저 활동은 물론 사회생활 전반에서 크게 위축됐다. 시술을 받으면 혹시 사고가 발생하진 않을지 가슴 졸일 필요가 없다.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불편에서도 해방된다.  더 경제적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유럽·미국의 연구에선 와파린의 경우 10년, NOAC은 5년 동안 복용하면 그 이후엔 시술이 경제적으로 더 이득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시술이 대중화되고 저렴해진다면 이 기간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원하는 환자는 모두 시술을 받을 수 있나.
예방 시술에 대한 인식이 낮다. 의사조차도 잘 모른다. 시술을 받을 수 있는 환자도 제한적이다. 심방세동 환자 중 출혈 위험이 크거나 약으로 뇌경색이 잘 조절되지 않는 환자만 가능하다. 항응고제를 문제 없이 잘 복용하는 환자는 받을 수 없다. 시술이 활발한 유럽에선 이런 환자뿐 아니라 '환자 본인이 원할 경우 (Patient preference)'가 시술 조건에 포함 돼 있다. 국내에서도 추후 장기 안정성이 확보된다면 적응증의 확대가 고려될 수 있다.

☆심방세동=심장이 리듬을 잃고 불규칙하게 뛰는 질환. 갑자기 빨리 뛰거나 천천히 뛴다. 뇌졸중의 주요 원인이다. 고령, 비만·고혈압·당뇨병 환자, 심부전 환자는 뇌졸중 발병 위험이 더욱 크다. 국내 성인 인구의 1%가 심방세동인 것으로 추정된다.

시술로 뇌졸중 위험 90% 감소 #합병증 생길 확률 1.5% 안팎 #5~10년 약 복용에 비해 경제적

글=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 사진=프래랜서 박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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