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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가 삼성전자 시총을 넘어선 이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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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1호 19면

차이나 포커스

미래를 예측하는 데 족집게 박사가 있다. 세계의 패권이 어디로 가는지는 황금에게 물어보고, 세상이 어디로 흘러가는 지는 주식에게 물어보면 된다. 1800년대 세계의 황금은 중국에 모였고, 다음은 영국으로 이전했고, 지금은 미국에 모여있다. 그런데 세상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주식에게 물어보면 된다. 주가는 지나고 보면 하버드 박사보다 더 정확히 세상의 변화를 맞춘다.

모바일 가입자 13억명 기반으로 #금융·물류 플랫폼 갖춰 고속 성장 #맨주먹 하나로 일어선 마윈 회장 #네트워크 시대의 성공법 보여줘

돈은 머리로 버는 것이 아니라 코로 번다는 말이 있다. 각국의 최고부자 중에서 그 나라 최고학부를 나온 사람이 거의 없다. 돈 냄새 잘 맡는 촉(觸)이 좋은 사람이 고수이고, 머리 좋은 사람은 촉이 좋은 사람에게 머리를 빌려준다. 기술은 죽었다 깨도 시장을 못 이기고 시장은 돈이 움직인다. 촉이 좋은 돈 가진 사람이 머리 좋은 사람들을 고용해 시장을 예측하고 투자하기 때문이다

1,2,3차 산업혁명을 통해 기계화에서 전기화로, 정보화로 바뀌면서 증시에서 수많은 스타기업이 탄생했다. 그런데 최근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액정(LCD), 스마트폰 업계에서 1위고, 세계 최대의 전자 하드웨어 업체인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을 중국의 인터넷 회사인 알리바바가 넘어섰다. 시가총액 순위로 보면 알리바바가 3610억 달러로 세계 7위인 반면 한국의 삼성전자는 3018억 달러로 12위에 그쳤다.

우버도 중국선 디디추싱에 밀려나

3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정보기술(IT)이 셌지만 세상이 인터넷과 모바일로 연결되면서 데이터기술(DT)이 더 세다는 것이 주식시장이 말해 주는 세상의 변화다. 지금 전 세계 모바일 가입자는 73억 명으로 세계 인구보다 더 많다. ‘맥칼프의 법칙’에 따르면 네트워크의 힘은 연결된 가입자의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 중국의 모바일 가입자 수는 13억2000만 명이고, 미국의 모바일 가입자 수는 3억8000만 명이다. 중국의 네트워크 파워는 174억2000만 명이고 미국은 14억4000만 명이란 얘기다. 174억 명의 네트워크에서 만들어 내는 무한대의 데이터가 DT 시대의 경쟁력이다. 네트워크에서 거대한 빅데이터가 만들어지면 이것이 소비로, 금융으로, 생산으로 연결돼 가공할 만한 힘이 나타나는 것이다.

일러스트=강일구 ilgook@hanmail.net

일러스트=강일구 ilgook@hanmail.net

시가총액에서 알리바바가 삼성전자를 넘어섰다는 것은 하드웨어보다 가입자 수, 서비스 플랫폼이 더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조업에서는 금·은·동메달이 있지만 네트워크 산업에서는 승자독식의 법칙이 적용된다. 삼성전자는 IT 하드웨어 기업이고 알리바바는 네트워크 기반의 DT 기업이다. 제조시대에는 큰 놈이 작은 놈을 먹고, 정보화 시대에는 빠른 놈이 느린 놈을 먹었지만, 네트워크의 시대에는 친구 많은 놈이 큰 놈을, 빠른 놈을, 친구 적은 놈을 모조리 먹어 치운다. 여기에 삼성도 예외가 아니다.

네트워크 시대에 큰 패러다임 시프트는 공유경제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공산주의 사회인 중국이 아이러니하게도 사유경제가 아닌 공유경제 시대의 최강자로 부상한 것이다. 지금 세계 공유경제의 메카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7억명의 인터넷 가입자와 13억 명의 모바일 가입자를 가진 중국에서 삼성전자도, 우버도 울고 나왔다. 공유경제의 상징인 우버가 중국의 공유자동차 업체인 디디추싱에 당해 문 닫고 나왔다. 스마트폰 세계시장 점유율 23%로 1위인 한국의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샤오미로부터 시작해 화웨이에까지 추격 당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5% 아래로 추락했다.

세상의 모든 것이 공급과잉인 지금 기업의 가치는 컨베이어 벨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과 모바일 플랫폼에 있다. 벨트(belt)가 아니라 웹(web)이고, 이젠 웹도 아니고 앱(app)이란 말이다. 컨베이어 벨트 중심의 삼성전자보다 앱 중심의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이 큰 것은 이유가 있다. 앱에서 만들어진 데이터가 금융과 연결되고, 고용과 연결되고, 물류와 연결되면서 거대한 부가가치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IT 하드웨어 회사지만 알리바바는 단순한 전자상거래 회사가 아니다. 알리바바는 금융회사고, 물류회사고, 빅데이터 회사이자 거대한 고용창출을 하는 일자리 카우보이다. 전자상거래에서 나온 빅데이터를 활용한 세계 최대의 P2P 회사고, 중국 두 번째의 인터넷은행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무역흑자 내는 나라는 무조건 적이고, 미국에 공장 짓고 투자하는 나라는 친구로 본다. 아베 신조 총리의 면담 전에 일본 최고 갑부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트럼프를 만났다. 50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에 일자리 10만 개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해 정상회담 분위기를 사전에 화기애애하게 조성했다.

매년 500만 명의 마윈 키즈가 창업 나서

재미난 것은 중국의 마윈이다. 미·중정상 회담 전에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미국에 돈 한푼 투자하지 않고도 환하게 웃게 만들었다. 마윈의 ‘신의 한 수’는 4억5000만 명의 가입자를 가진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미국의 농산물을 팔아 1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게 해 주겠다고 제의한 것이다. 이것이 트럼프도 웃게 만든 알리바바 플랫폼의 힘이다.

중국 기업인들은 스스로를 ‘게띠’라고 자조적인 농담을 한다. 게는 한번 뜨거운 물에 들어가면 빨갛게 익어 다시는 살아나지 못한다. 기업인들이 정부에 미운 털이 박히면 바로 망하는 것을 게에 빗댄 셈이다. 정부가 알리바바 사이트에서 벌어지는 짝퉁 유통을 문제 삼자 마윈은 대담하게도 정부에 대들었다. 모두가 마윈이 다칠 거라고 예상했지만 별일 없이 지나갔다. 비밀은 알리바바의 네트워크가 만들어 내는 거대한 고용이다. 매년 11월 11일 독신자의 날(광군제)에 알리바바는 대규모 바겐세일을 하는데 2016년에 하루 매출액이 21조원, 택배물량은 4억7000만 건에 달했다. 알리바바는 이 물건들을 배송하느라 268만 명의 택배인력을 고용했다.

더 무서운 것은 마윈을 우상으로 생각하는 연간 500만 명 이상의 ‘마윈 키드’들이다. 아무 배경 없는 지방 출신에 맨주먹으로 일어서 아이디어 하나로 세계 33위의 갑부로 올라선 마윈보다 내가 못한 것이 무엇이냐는 기백이 이들의 밑천이다. 이 창업자들 중에서 향후 5~10년 내에 마윈과 같은 인물이 몇 명이나 더 튀어 나올지 아무도 장담 못한다.

알리바바의 시총이 삼성전자를 넘어선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네트워크 시대의 답은 기술이 아닌 가입자고, 하드웨어가 아닌 플랫폼이다. 삼성전자가 연간 3억 대의 스마트폰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연간 3억 명의 스마트폰 구매자를 가입자로 만들어야 한다. 3년에 9억 명의 플랫폼을 가진 회사로 탈바꿈다면 트럼프도 무섭지 않고, 고용도 해결하고, 주주들도 환하게 웃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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