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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J카페] 대형 호텔들, 예약 갈아타는 '메뚜기족'에 '무료 취소' 정책 변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출장과 휴가를 포함해 일 년에 너댓번 해외여행을 하는 A씨. 여행을 자주 다니다 보니 좋은 호텔을 싸게 예약하는 그만의 노하우가 있다. 일찌감치 예약하면 선택의 폭이 넓고 할인 프로모션도 많은 편이다. 마음의 결정을 못 했을 때는 두세 곳에 중복 예약하기도 한다.

메리어트 호텔그룹, 6월부터 '무료 예약 취소' #도착 하루 전 → 48시간 전으로 변경 #힐튼 호텔그룹, 인기 여행지는 '72시간 전' #"중복 예약 풀리면 공급 오히려 많아져" vs #"일정 변경 많은 출장자에게는 가혹"

멕시코에 있는 JW메리어트 칸쿤 리조트 앤 스파. [사진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멕시코에 있는 JW메리어트 칸쿤 리조트 앤 스파. [사진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출발 전까지 수시로 예약 사이트에 들어가서 가격을 확인한다. 인기 숙소는 시간이 흐를수록 공실이 줄어 가격이 오르는 게 일반적인데, 간혹 가격이 더 싸지기도 한다. 이럴 땐 오래전에 한 예약을 취소하고 싼 예약으로 갈아타기도 한다. 하루 전까지 취소하면 위약금을 물지 않기 때문이다. A씨는 예약을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 호텔들이 시행하고 있는 ‘하루 전 무료취소’ 정책을 십분 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대형 호텔들이 이런 전략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미국의 대형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업계 최초로 위약금을 물지 않고 예약을 취소할 수 있는 시한을 ‘도착 전 48시간’으로 변경했다. 기존에는 숙박 예정일로부터 하루 전까지 취소하면 위약금을 물지 않았지만, 지난달부터는 이틀 전까지 취소해야 한다.

우선은 미국ㆍ캐나다ㆍ남미ㆍ카리브 해 국가에 있는 메리어트 그룹 호텔들에서 시행한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JW메리어트, 리츠칼튼, 쉐라톤, W, 웨스틴, 르메리디앙, 르네상스, 코트야드 메리어트, 포 포인츠, 세인트 레지스 등 호텔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시카고에 있는 JW메리어트 호텔. [사진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미국 시카고에 있는 JW메리어트 호텔. [사진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힐튼 호텔 그룹도 ‘48시간 전 무료 취소’를 시행하고 있다. 힐튼, 콘래드, 햄프턴, 가든 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등이 힐튼 소속 호텔들이다. 다만 힐튼은 직영이 아닌 프랜차이즈로 운영되는 호텔들에는 변경된 원칙을 따르지 않을 수 있는 선택권을 줬다. 또 여행객이 많은 대도시나 인기 리조트 호텔들은 더 강화된 ‘72시간 전 취소’도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

예약 취소를 까다롭게 한 방침은 A씨처럼 호텔 예약 시스템을 ‘활용’하는 고객들로부터 비즈니스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여러 개의 방을 예약해 놓고 막판에 취소한 뒤 ‘막바지 최저가’로 다시 예약하는 등 호텔 예약 문화가 문란해졌다는 거이다.

메리어트 호텔

메리어트 호텔

호텔 예약 사이트와 예약 앱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클릭 몇 번으로 손쉽게 예약하고 취소할 수 있게 되면서 수시로 가격을 확인하고 예약을 갱신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뉴욕대 비요른 핸슨 교수는 “예약 사이트가 생겨나면서 예약 시스템이 복잡해졌고, 객실 가격의 유동성도 커졌다”며 “막판에 예약 취소가 생기면 그 빈방을 다시 팔기 위해 또 다시 예약 사이트에 의존하는 현상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호텔업계가 자초한 측면도 있다. 호텔 컨설팅업체의 채드 크랜델 사장은 “싼 가격에 호텔을 예약하려면 막판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고객들에게 잘못 주입시켰다”고 말했다.

호텔들은 예약 취소 조건을 강화하면 뉴욕 같이 객실 공급이 늘 부족한 인기 여행지에서 방을 예약하기가 쉬워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브라이언 킹 글로벌 세일즈 담당은 ”최근 호텔업계는 전무후무한 최고 투숙률을 기록하고 있고 객실 공급이 달릴 지경이다. 사람들이 예약을 너무 자주 취소하면서 정작 방이 필요한 고객은 방을 잡을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힐튼은 “객실이 막판에 취소되면 정작 투숙을 원하는 손님에게는 제공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호텔 예약 사이트

호텔 예약 사이트

하지만 비즈니스 출장이 잦은 여행객들은 일정 변경이나 항공기 연착 등 여행자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 호텔이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고 문제 제기를 한다. 여행 리서치 회사 포커스라이트의 더글러스 퀸비 애널리스트는 “비즈니스 출장의 경우 일정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좀 곤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업계에서는 앞으로 취소 규정이 점점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형 호텔 체인이 먼저 시작하면 중소 호텔로 확산될 가능성도 높다. 메리어트, 힐튼 그룹이 일단 북미 지역에서만 시행하고 있지만 곧 유럽과 아시아의 호텔로 확산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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