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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인기작가] 6. 류재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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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수(49.사진)는 국제 지명도가 높은 화가다.

1990년 볼로냐 국제 도서전의 일스트레이션전에 지명작가로 출품했고, 지난해에는 그림으로만 이뤄진 책 '노란 우산'(재미마주)이 뉴욕타임스의 '올해의 최우수 그림책', 국제어린이도서협의회(IBBY)의 '세계의 우수 그림책 40권'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뿐 아니다. 일본의 NOMA 국제일러스트레이션 공모전 은상 등 수많은 수상이 그의 이력을 빼곡히 채운다.

글과 그림 작업을 혼자서 하는 그는 작품 수가 적기로 유명하다. 1980년대 후반부터 그림책 작업을 시작했지만 우리 신화 이야기를 담은 '백두산 이야기'(통나무), 하늘로 올라간 풍선의 여정을 그린 '눈사람이 된 풍선'(보림), 한국전래자장가를 실은 '자장자장 엄마품에'(한림출판사), 최근 나온 동요집 '귀뚜라미'(재미마주) 등이 작품 목록이다.

이에 대해 작가는 "한번 그리기 시작하면 빨리 그리는 편이다. 그러나 마음에 꼭 들기 전에는 완성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작품을 구상해 놓고도 출판사를 정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출판사를 정해 놓으면 마감이 있고 스트레스를 받다보면 작품이 제대로 안 나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곧 나올 또다른 신화 이야기 '돌이와 장수네'를 준비하면서는 두달 넘게 작업실에서 두문불출했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노란 우산'같은 '기분 좋은 날'을 다룬 아름다운 작품과 '백두산 이야기'처럼 신화를 다룬 메시지가 강한 작품이다. 이들 책은 내용상으로도 분류가 가능하지만, 화풍도 다르다.

'노란 우산'은 서정성 강한 수채화 맛이 나고, '백두산 이야기'등은 힘찬 붓질이 그대로 느껴지는 유화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 작품은 '백두산 이야기'의 화풍이 주를 이뤘다면, 2000년대 들어서는 그림이 서정적으로 변했다.

그런데 작가는 두 종류 모두에 애정이 많다고 한다. "'노란 우산' 같은 작품도 앞으로 세 권은 더 내야 완결될 것 같고, 신화는 10년동안 구상해 놓은 '금강산 이야기' 등 그림으로 풀어내야 할 이야기들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그러니 자신의 느린 작업 방식을 너무 탓하지 말아 달라는 주문이다. 삭일만큼 삭여 내놓겠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쟁이'라고 표현하며 작품에 대한 자부심도 드러낸다. 10년 넘게 쇄를 거듭하며 살아있는 생명력 강한 책들이라는 것도 류재수 그림책의 장점이다.

그런데 국제 지명도와 어른 독자들 사이의 인기 못지 않게 어린이들도 그의 책에 많은 관심을 갖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작품의 예술성이 강조되다보니 오히려 어린이 독자들은 거리감을 느끼고 있는듯 하다. 예술성을 유지하며 대중성을 확보하는 것. 작가 류재수와 그의 책을 출판하는 출판사들이 풀어야할 숙제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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