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한 테러지원국 지정 압박하더니…명단서 빠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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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미사일 시험발사 성공에 참여한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조선중앙TV가 1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미사일 시험발사 성공에 참여한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조선중앙TV가 1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던 미국이 일단 명단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지난 2008년 10월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한 이후 9년 연속이다. 미 국무부는 19일(현지시간) 공개한 '2016 테러국가 보고서'에서 기존에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라있던 이란·수단·시리아 등 3개국만 테러지원국으로 유지하고, 북한은 추가하지 않았다.

미 국무부, 이란·수단·시리아 3개국만 유지 #국가 외에는 IS를 주요 테러단체로 지목

미국은 매년 6월 전후로 발표하는 연례 테러국가 보고서를 통해 테러지원국을 지정하거나, 시기와 상관없이 국무부 장관의 결정에 따른 관보 게재로 테러지원국을 지정해왔다. 테러지원국이란 국제 테러 행위를 반복적으로 지원(sponsor)하는 나라를 뜻한다.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무역 제재, 무기수출 금지, 테러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이중 용도 품목의 수출금지, 대외원조금지 등의 규제를 받게 된다. 또 일반 특혜 관세제도의 적용금지, 대외원조 및 수출입은행의 보증금지, 국제금융기구에서의 차관지원에 대한 무조건적 반대 등의 불이익을 받는다.

미국은 북한의 6차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되던 지난 4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다시 심사하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공개적으로 북한을 압박한 바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 국가별 현황 중 북한에 대해 "무기수출통제법안에 따라 5월 '완전히 협조하지 않는 국가'로 재인증"했고, "테러 자금 조달 방지와 자금 지원 반대에 의미 있는 전진을 보이지 않았으며, 미국 재무부는 6월 북한이 돈 세탁 우려 구역임을 발표했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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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 들어 미 하원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는 법안을 처리하는 등 재지정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북한이 이미 '불량국가' 취급을 받고 있는 데다 국제사회로부터 다양한 제재를 받는 만큼,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실효성이 있다기 보다는 상징적 효과가 크다는 해석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미사일 시험발사 성공에 참여한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조선중앙TV가 1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미사일 시험발사 성공에 참여한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조선중앙TV가 1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총 테러 공격 건수는 9% 줄고, 테러로 인한 사망자 수도 2015년 대비 13% 감소했다. 아프가니스탄·시리아·나이지리아·파키스탄·예멘에서의 테러와 그 희생자가 줄어든 덕분이다.

또 이란을 최악의 테러지원국으로 꼽았다. 지난 1984년부터 '테러지원국' 오명을 이어온 이란에 대해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금융 제제와 법 집행 강화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지원하는 헤즈볼라가 계속해서 미국과 동맹국의 이해관계를 위협하고 있다"면서다.
전날에도 미국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 및 테러지원 활동과 관련해 개인과 단체 18명을 새롭게 제재하는 등 압박 수위를 올렸다. 다음 달엔 새 제재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가 아닌 단체 중에선 이슬람국가(IS)가 지난해 테러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올 상반기 연합군의 군사작전으로 IS이 장악지역이 크게 줄었다고 기술했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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