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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동 삼성전자 디자이너들이 모이는 가정집… 소비자 편의성 연구하는 실험실

중앙일보

입력

#19일 서울 우면동의 삼성전자 서울 R&D(연구개발) 캠퍼스. 캠퍼스 내 한 건물 2층에 들어서자 인테리어가 가정집처럼 세련되게 꾸며져 있었다. 검정색 가구로 차분함을 강조한 주방은 세계 유명 브랜드의 전기레인지와 오븐, 냉장고로 채워져있다. 소파에 앉으니 스마트TV 화면에 삼성전자 가전들과 연결된 ‘삼성 커넥트’ 앱이 뜬다. 스마트폰만 눌러도 에어컨이 돌아가고 로봇 청소기가 작동을 시작했다.

일반 가정집처럼 꾸며진 삼성전자 서울 RnD 캠퍼스 가정체험연구소(홈익스피리언스랩) [사진 삼성전자]

일반 가정집처럼 꾸며진 삼성전자 서울 RnD 캠퍼스 가정체험연구소(홈익스피리언스랩) [사진 삼성전자]

174㎡(53평) 면적에 아파트처럼 꾸며진 이 공간은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의 ‘가정 체험 연구소(Home Experience Lab)’다. 거실과 주방ㆍ침실 같은 공간을 실제 소비자의 집처럼 꾸며 놓고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이 소비자 입장에서 제품을 체험하고 새 아이디어를 찾아내도록 돕는 곳이다. 1년에 500여명의 소비자를 초대해 가전에 대한 평가와 요구 사항 등을 듣는 공간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생활가전 디자인팀의 임경애 UX디자인그룹장은 “해외 주요 제품이 출시되면 이곳에 설치해 직접 써보며 우리 제품과 비교하기도 한다”며 “사무실에 앉아 구상할 때보다 실생활에 필요한 아이디어가 샘 솟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삼성전자 우면동 R&D 캠퍼스 최초 공개 #디자인 혁신 심장, 1500여 디자이너 상주 #가정집 형태의 실험실 '홈익스피리언스랩' #제품의 모든 소리 디자인하는 '사운드 랩' #소비자 경험서 출발한 '무풍 에어컨' 대박 #

#같은날 캠퍼스 A동에 위치한 사운드랩. 녹음 스튜디오 같은 이 공간은 삼성전자의 ‘소리 브랜드’를 책임진 곳이다. 갤럭시 스마트폰을 켜면 늘 나오는 멜로디, ‘오버 더 호라이즌’이나 가전 제품을 작동시킬 때 흐르는 멜로디 ‘비욘드 호라이즌’ 등을 만든 곳이 바로 여기다.
이곳 근무자들은 가전 제품 버튼을 누를 때 어떤 소리가 나야 자연스러운지, 냉장고 문을 오래 열어뒀을 때 어떤 소리를 내야 귀에 거슬리지 않으면서 메시지를 알릴 수 있을지 등을 고민한다. 남명우 사운드 디자이너는 “같은 버튼음이어도 스마트폰과 냉장고ㆍ세탁기에 어울리는 소리는 모두 다르다”며 “귀여운 디자인의 카메라엔 버튼음도 물방울이 터질 때 나는 깜찍한 소리를 적용하는 식으로 '자연스러운 소리'를 찾아주는 게 우리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모든 제품에서 나는 소리를 제작하는 서울 RnD 캠퍼스 사운드랩.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모든 제품에서 나는 소리를 제작하는 서울 RnD 캠퍼스 사운드랩.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디자인 혁신의 심장부를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서울 R&D 센터의 디자인 시설을 언론에 공개하며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최고의 디자인이라는 철학에 집중한 덕에 최근 시장의 인정을 받는 성과물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엔 삼성전자의 디자인 전략을 세우고 차세대 디자인을 선행 기획하는 ‘디자인 경영센터’와 시장에 출시되는 핵심 제품을 직접 디자인하는 조직 등에서 1500여명의 디자이너가 일하고 있다.

삼성전자 서울 R&D 캠퍼스 전경.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서울 R&D 캠퍼스 전경. [사진 삼성전자]

이날 디자인 혁신의 사례로 집중 조명 받은 제품은 ‘무풍 에어컨’이다. 지난해 출시된 이후 올 상반기까지 55만대가 팔린 히트상품이다. 인기 비결은 “사용자 경험에서 출발한다는 디자인의 기본 원칙에 충실한 결과"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송현주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집은 시원했으면 좋겠지만 에어컨의 찬 바람이 닿는 건 싫다는 게 많은 소비자들의 공통된 바람이었다”며 “5년 전부터 ‘바람 없는 바람’이라는 컨셉트를 구현하기 위해 디자인과 개발 부서가 치열하게 고민해왔다”고 소개했다.

삼성전자 송현주 생활가전사업부 상무가 무풍 에어컨 디자인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송현주 생활가전사업부 상무가 무풍 에어컨 디자인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직경 1㎜의 미세한 구멍 13만5000개를 통해 초당 0.15m 이하의 느린 바람을 흘려보내 찬 기운만 느끼게 한다는 컨셉과 ^미세한 구멍에도 견고하고, 냉기를 머금을 수 있도록 메탈 소재를 적용하자는 아이디어 ^본체를 3도 정도 뒤로 기울여 활을 쏘듯 바람을 멀리 쏘아보내는 디자인 등이 이런 고민 끝에 나왔다. 송 상무는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가전 디자인이 평범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가전 제품은 10년 이상 사용하기 때문에 존재감보다 공간과의 조화가 중요하다”며 “새 제품도 친근하게 느껴지고 오래 쓴 제품도 새 것처럼 보이는 디자인을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1996년 ‘디자인 혁명의 해’를 선포한 삼성전자는 지난 20여년 사이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세계적 권위의 독일 iF 디자인어워드에서 삼성전자는 올해 49건의 수상작을 내 공모전 참가 기업 중 최다 수상의 기록을 세웠다. 2009년만 해도 같은 어워드에서 삼성전자의 수상작은 18건에 불과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삼성전자 서울 R&D(연구개발) 캠퍼스는

-부지규모: 5만3000㎡(축구장 9개 규모)
-연면적: 33만8000㎡(63빌딩 2배 규모)
-입주 조직: 삼성전자 디자인조직 및 소프트웨어센터, DMC연구소 등
-상주 인력: 5000명

◇삼성전자 디자인 조직, 어떻게 변해왔나
-1971년 디자인 직무 신설
-1981년 종합연구소 소속 디자인실 신설
            전사 R&D(연구개발) 조직으로 디자인 부문 통합
-1993년 신경영 선언과 함께 디자인 강화 노력
-1996년 ‘디자인 혁명의 해’로 선포, 디자인 혁신 추진
-2001년 최고경영자(CEO) 조직으로 디자인경영센터 신설
-2005년 '밀라노 디자인 선언'으로 초일류 디자인 목표
-2015년 디자인 조직 서울 R&D센터로 이전

자료: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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