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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만에 최악 물난리로 주민들은 마실 물도 없는데 유럽으로 외유성 연수 떠난 충북도의원들

중앙일보

입력

18일 오후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옥화리에서 한 주민이 진흙으로 뒤덮인 가재 도구를 나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8일 오후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옥화리에서 한 주민이 진흙으로 뒤덮인 가재 도구를 나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16일 충북 청주에 290㎜가 넘는 폭우가 내려 주민들이 시름하는 가운데 충북도의회 의원들이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나 빈축을 사고 있다. 정부가 비 피해가 큰 충북 청주·증평·괴산·진천 지역을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와중에 민생을 적극 수습해야 할 민선 도의원들이 민심을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충북도의회 도의원 4명 프랑스·이탈리아 8박 10일 해외연수 떠나 #대부분 주요 관광지 탐방…의원 1명당 500만원 예산 지원 #주민들 "수해 복구 앞장서야 할 도의원 주민 기만했다" 비난 #청주 외곽에선 361세대 단수 피해 겪으며 이중고

18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에 있는 인삼밭에서 한 농부가 피해를 입은 시설물을 걷어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8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에 있는 인삼밭에서 한 농부가 피해를 입은 시설물을 걷어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8일 충북도의회에 따르면 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도의원 4명이 이날 오후 2시 인천공항을 통해 프랑스 파리로 출국했다. 27일까지 8박 10일 일정으로 짜여진 해외연수라고 한다.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의원 6명 중 자유한국당 김학철(충주1)·박한범(옥천)·박봉순(청주 가경·강서동)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최병윤(음성) 의원 등 4명이 참여했다. 도의회사무처 직원 3명과 도청 관광항공과 1명 등 4명도 연수에 동행했다.

지난 17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석곡천에서 중장비가 동원돼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17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석곡천에서 중장비가 동원돼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도의회는 전날 “사상 초유의 재난 피해를 남긴 청주시를 포함한 피해지역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야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22년 만에 최악의 물난리를 겪은 주민들을 보듬겠다는 취지였다. 이날 도의원들의 해외연수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은 “수해 복구에 앞장서겠다던 도의원들이 이재민들을 기만했다”며 분노하고 있다.

18일 프랑스와 이탈리아로 8박 10일 일정의 해외연수를 떠난 충북도의회 의원들의 연수 일정

18일 프랑스와 이탈리아로 8박 10일 일정의 해외연수를 떠난 충북도의회 의원들의 연수 일정

이들의 방문지역은 프랑스와 이탈리아다. 국외연수 계획서에 나온 방목 목적은 문화선진국의 새로운 문화·관광·예술·건축 등의 산업현황과 우수사례를 벤치마킹이다. 하지만 일정 상당수는 관광지 방문 일정으로 짜여졌다. 프랑스에서는 파리 개선문과 로마시대 수로, 모나코 대성당, 아비뇽 페스티벌 연극축제 참여, 마르세유 관광센터 방문이 예정돼 있다.
이탈리아에서도 피사의 사탑, 페라리 광장 등 관광명소 탐방이 대부분이다. 24일 피렌체 시청, 25일 베니스비엔날레, 26일 밀라노 시청 방문이 있지만 연수라는 구색에 맞추는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 [중앙포토]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 [중앙포토]

프랑스 파리 개선문. [중앙포토]

프랑스 파리 개선문. [중앙포토]

8박 10일 일정의 연수 비용은 4793만원이다. 도의원 국외연수 규정상 도의원 1명에게 배정되는 연간 사용 한도액은 500만원이다. 1인당 한도를 초과한 55만원씩을 연수를 떠난 도의원 개개인이 부담했다.
도의회 관계자는 “당초 4월에 가기로 했던 연수를 조기대선 일정을 감안해 7월로 한차례 연기했다”며 “항공편과 숙박 등 예약을 취소하면 절반에 가까운 위약금을 물어야 해서 연수를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번 연수에는 비 피해가 큰 청주시 가경·강서동을 지역구로 둔 박봉순 의원이 참석했다. 당초에 함께하려했던 자유한국당 이언구(충주2) 의원은 인천공항까지 갔다가 몸이 불편하다며 되돌아왔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연철흠(청주9) 의원은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고 할 일도 남아있어 해외연수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주민 최진아(36·여·청주 가경동)씨는 ”전국적으로 유래없는 재해를 당한 주민들을 생각했다면 해외연수를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위약금을 물더라도 연수를 미루거나 포기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학철 의원

김학철 의원

박봉순 의원

박봉순 의원

박한범 의원

박한범 의원

최병윤 의원

최병윤 의원

지난 주말 기습적으로 내린 폭우로 충북에서는 6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는 등 7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충북도는 이날 오전 7시까지 집계한 주택침수와 농경지 침수 등 충북 잠정 피해액이 172억2000만원이라고 밝혔다.

청주 외곽지역에 있는 산간 마을은 간이상수도가 파손되거나 끊기면서 물난리 와중에 먹을 물도 부족해 샤워도 못해 고통을 겪고 있다. 상당구 미원ㆍ낭성면 등 12개 마을(361세대) 주민들이 특히 힘들어 한다.
미원면 옥화리 양택연(53) 이장은 “수자원공사에서 제공한 400㎖ 물병 10개로 하루를 버티고 있다”며 “밥을 짓거나 샤워를 해야 하는데 청주시에서 살수차가 아직까지 지원되지 않아 생활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오창근 충북참여연대 국장은 “기록적인 폭우로 도민 전체가 힘들어하는데 민심을 돌봐야 할 의원들이 외유성 해외연수에 나선 것은 어처구니 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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