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부 '일자리 최우선' 요구에…삼성전자·KT·SK 등 대기업 "채용 늘릴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18일 서울 상공회의소에서 15개 기업초청 일자리 간담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이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동근 상공회의소 부회장, 이 부위원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강정현 기자/170719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18일 서울 상공회의소에서 15개 기업초청 일자리 간담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이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동근 상공회의소 부회장, 이 부위원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강정현 기자/170719

이용섭 "고용·인구 절벽, 일자리 창출만이 해법" #재계와 세 번째 만남…만날 수록 발언 수위 높아져 #간담회 초청도 직원 많은 순…자산규모 고려 안해 #권오현 "공감대 형성, 더 많은 일자리 창출할 것" #KT 하반기 4000명 등 연간 1만 명 신규채용 #재계 '규제완화' 요구에 이용섭 "최소 자율규제 원칙"

대기업을 상대로 한 정부의 일자리 창출 압박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용섭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1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15대 기업 초청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부위원장이 대한상의를 통해 기업인들과 회동한 것만 이번이 세 번째다. 이날 이 부위원장은 "앞으로 4년간 에코붐(1991~96년생) 세대가 고용시장에 진입하도록 정부·민간이 총력 대응하지 않으면 청년 실업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지금이 일자리정책 골든타임이기 때문에 하반기 신규채용 확대를 포함해 좋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 달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15일 박용만 회장 등 대한상의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는 "일자리 정책을 빠르게 추진하겠다", 10일 기업인 300명을 대상으로 한 '새 정부 일자리정책 방향' 강연에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치권의 협조와 노사 상생이 절실하다"고 말한 것에 비해 강도가 세진 것이다.

심지어 위원회는 간담회 초청 기준까지 바꾸면서까지 기업을 압박했다. 이전까지는 자산 총액 순위가 높은 기업집단(그룹)을 초청했지만 이번엔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초청 기업을 선정했다. 규모를 떠나 최고의 기업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기업이란 걸 강조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정책간담회의 단골손님이던 한화·SK·롯데·LG·현대중공업·부영·신세계·두산·CJ·포스코·GS·한진 등은 빠졌다. 대신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이마트·롯데쇼핑·SK하이닉스의 대표가 정책간담회에 처음 참석했다. 일자리위원회는 고용노동부가 집계하는 기업별 근로자 수를 토대로 초청 기업을 선정했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18일 서울 상공회의소에서 15개 기업초청 일자리 간담회가 열렸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왼쪽둘째)가 인사말하고 있다.강정현 기자/170719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18일 서울 상공회의소에서 15개 기업초청 일자리 간담회가 열렸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왼쪽둘째)가 인사말하고 있다.강정현 기자/170719

결과적으로 고용인원이 많은 계열사가 인력이 적은 그룹 지주사를 밀어내고 참여하는 모양새다.

장영 일자리위원회 전문위원은 "자산총액이나 매출을 기준으로 한 재계 순위는 상호출자 제한 등 규제대상으로서 의미가 있다"며 "국민경제 기여도 측면에서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기업이 훨씬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계열사 대표가 고용 수를 최종 결정할 수 있느냐"는 지적에는 "고용을 많이 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상징적 의미"라고 답했다.

마이다스아이티·마크로젠·오이솔루션·에어프로덕츠코리아·서울에프엔비 등 근로조건이 좋다고 평가받는 중소기업 다섯 곳의 대표도 초청됐다.

정부의 요청에 재계도 보조를 맞췄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정부와 일자리를 늘리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세계적으로 경기회복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투자 등을 통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삼성의) 하반기 채용을 늘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KT그룹은 올 상반기 6000여 명을 새로 뽑은 데 이어 하반기에도 4000여 명을 신규 채용키로 했다. 연간 채용규모는 1만 명에 달한다. 이중 90% 이상이 정규직이다.

황창규 KT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2015년부터 애프터서비스(AS)와 콜센터 인력 90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계열사에 편입시켰다"며 "정규직 전환 후 서비스 품질이 좋아져 회사 경쟁력이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고용자 수

고용자 수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도 "청주공장 등 수십조원의 신규 투자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대졸 신입사원 1000여 명을 선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기업들은 정부에 투자와 고용 확대를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이 부위원장은 "부채주도, 양극화 성장이었던 과거 정부의 정책기조를 일자리와 소득주도 동반성장으로 전환할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혁파하고 최소 자율규제 원칙으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유경·김도년 기자 neo3@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