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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가 쓰던 슈퍼컴퓨터용 D램, 게임 컴퓨터용으로 시중에 깔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알파고가 탑재했던 슈퍼컴퓨터용 D램이 게임 컴퓨터용으로 나온다. 삼성전자는 초고성능 D램인 ‘8GB HBM2 D램’의 공급을 본격 확대한다고 18일 발표했다. 그동안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가동하는 슈퍼컴퓨터용 메모리로 활용돼 온 이 반도체 칩이 데이터 센터의 네트워크 설비나 게임용 컴퓨터를 위한 그래픽 카드에도 쓰이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 8GB HBM2 D램 공급 확대 #데이터 센터와 그래픽 카드에도 탑재 #기존 그래픽 D램보다 8배 빠른 속도 #UHD 영화 13편을 1초에 전송 가능 #8단 반도체칩 4만개의 구멍 꿰는 기술 #인공지능 방대한 연산 위해 주로 쓰여

HBM은 ‘고대역폭 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란 뜻이다. D램 칩을 쌓아올린 뒤 전극을 수직으로 관통시키는 TSV(Through Silicon Viaㆍ실리콘관통전극) 기술로 개발됐다.

삼성전자가 공급을 본격 확대하는 8GB HBM2 D램. 원래는 어른 손톱만한 크기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공급을 본격 확대하는 8GB HBM2 D램. 원래는 어른 손톱만한 크기다. [사진 삼성전자]

이번에 삼성전자가 내놓은 8GM HBM2 D램은 20나노 공정으로 만든 8Gb HDM2 D램을 8단으로 쌓아올렸다. 각 칩에 난 5000개 이상의 미세 구멍을 가느다란 전극핀으로 꿰듯이 연결한다. 이 복잡한 회로 설계가 어른 엄지 손톱만한 반도체 칩 안에서 구현된 것이다.

8GB HBM2 D램의 장점은 빠른 속도다. 기존 그래픽 D램(8Gb GDDR5, 8Gbps)의 최고 전송 속도는 1초에 32GB였다. 이 제품은 이보다 8배가 빨라 초당 256GB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20GB 용량의 초고화질(UHD) 영화 13편을 1초면 보내는 수준이다.

빠른 속도 때문에 그동안 인공지능 시스템을 가동하는 슈퍼컴퓨터에 주로 쓰였다. 이번에 공급을 확대하기로 한 건 그만큼 시장의 수요가 늘어서다. 특히 클라우드 시장의 성장으로 서버를 공격적으로 증설하는 데이터 센터,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콘텐트가 급증한 게임 시장에서는 “더 빠른 메모리가 필요하다”고 아우성이다.

삼성전자가 HBM2 D램을 생산하는 데 기반이 된 TSV 기술의 구조도. 8GB 제품의 경우 8Gb D램을 8층으로 쌓은 뒤 칩에 뚫린 4만여개의 구멍을 전극으로 꿰어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HBM2 D램을 생산하는 데 기반이 된 TSV 기술의 구조도. 8GB 제품의 경우 8Gb D램을 8층으로 쌓은 뒤 칩에 뚫린 4만여개의 구멍을 전극으로 꿰어냈다. [사진 삼성전자]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면 전력 소모는 그만큼 줄어든다. 다른 D램이 8초 동안 할 일을 1초면 끝마치는 셈이어서다. 8GB HBM2 D램의 경우 4GB급의 같은 제품과 비교하면 소비전력 효율이 2배 정도 높다.
한재수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팀 부사장은 “고속 동작 시 칩의 특정 영역이 제한 온도 이상으로 상승하지 않도록 하는 발열제어 기술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계는 적층 구조의 반도체가 낸드플래시 시장에 이어 D램 시장도 장악할 거라고 내다본다. 같은 부피에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거나 저장하려면 결국 메모리셀이나 반도체 칩을 수직으로 쌓아올리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란 얘기다. 최근 각광받는 3차원(3D) 낸드플래시도 반도체 칩 안에 메모리셀을 아파트처럼 쌓아올려 용량과 성능을 끌어올렸다.

김구성 강남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비싸더라도 성능 좋은 그래픽카드를 원하는 게임 매니어들은 초고성능 D램에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며 “낸드플래시 시장을 3D 낸드플래시가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D램 시장도 TSV 방식의 D램이 주도해나갈 거라 본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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