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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오므리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 지하철 스크린도어 시(詩) 풍자 봇물

중앙일보

입력

서울시가 승강장 안전문(스크린도어) 게시용 시민 시(詩) 작품을 공모한다는 공지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자 지하철 문화를 풍자하는 시들이 쏟아지고 있다.

14일 서울시는 다음 달 2일까지 시민 시 작품 100편을 공모한다고 밝혔다. 선정된 100편에 대해서는 오는 10월 지하철 1~9호선, 분당선 총 299개 역 승강장 안전문에 게시한다는 방침이다.

다음날 트위터에는 '스크린도어 시'를 해시태그 한 짧은 시 작품들이 쏟아졌다.

[사진 트위터 캡처]

[사진 트위터 캡처]

이 중 가장 많은 공유 횟수를 기록하며 네티즌의 공감을 받은 시는 가수 유리상자의 '사랑해도 될까요' 가사를 패러디한 작품이다. '문이 열리네요. 그대가 들어오죠. 첫눈에 난 내 사람인 걸 알았죠'라며 사랑을 고백하는 본래의 가사는 '문이 열리네요. 그대가 들어오죠. 내리면 타야지. XX 놈아'로 바뀌며 내리는 사람을 기다리지 않고 지하철에 올라타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사진 트위터 캡처]

[사진 트위터 캡처]

다음으로 많은 공유 수를 기록한 시는 '임산부 전용석의 저 아저씨. 몇 개월이세요. 배 속에 있는 게 아기는 아닌 것 같은데'라며 임산부 전용석에 앉은 채 자리를 비키지 않는 남성을 비꼬는 내용이었다.

[사진 트위터 캡처]

[사진 트위터 캡처]

김해의 추장들이 모든 백성을 구지봉에 모아 놓고 신의 계시대로 흙을 파헤치며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만약에 내놓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라는 노래를 불렀다고 전해지는 고대가요 '구지가'를 패러디한 작품도 있다. '아재 아재요. 다리를 오므려라. 오므리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라며 자신의 의자를 넘어서는 각도로 다리를 벌려 옆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지하철 승객을 비판했다.

[사진 트위터 캡처]

[사진 트위터 캡처]

빨리 들어가고 싶은 마음에 줄 서 있는 앞사람을 미는 승객을 위한 시도 있다. 한 네티즌은 '줄 선 사람 밀어제끼면 허리 꺾어서 짐칸에 올려드려요'라고 경고했고, 해당 시는 1200번 넘게 공유됐다.

[사진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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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고치다가 사망한 김모군을 기리는 시도 존재했다. 당시 김군의 가방에는 끼니를 때울 컵라면이 들어있었던 것이 전해지며 안타까움을 자아낸 바 있다.

한편, 이번 공모를 통해 게시되는 시민 시는 문학 평론가, 관련 학계 교수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통해 일정한 심사를 거쳐 선정된다. 누구나 작품을 응모할 수 있으며, '내 손안의 서울' 공모전 홈페이지에서 응모신청서 및 작품 작성 서식을 작성한 뒤 이메일 접수를 통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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