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원전 5, 6호기 처리 문제가 실타래처럼 엉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17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신고리 5, 6호기 공사의 일시 중단은 한수원 이사회가 결정할 수 있지만 영구 중단은 공론화 과정에서 논의해 법률적 절차를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관섭 사장의 다른 목소리 #“대승적 차원서 정부 요청 수용 #영구 중단 결정할 법적 근거 없어” #노조 손배 소송 추진도 의식한 듯 #특별법 제정 쉽지 않아 교착 우려
이 사장을 포함한 13명의 한수원 이사들은 지난 14일 경북 경주의 한 호텔에서 이사회를 열고 공사 일시 중단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날 이 사장의 얘기는 달랐다. 그는 “공기업으로서 대승적 차원에서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원전을 계속 짓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영구 중단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만일 공론조사를 거쳐 결과가 영구 중단으로 기울었더라도 법적으로 이를 확정할 기관이 필요하다. 현재로선 이번처럼 한수원 이사회가 일시 중단 때처럼 완전 중단을 의결하는 게 한 방법이다. 하지만 한수원 이사회가 이런 결정을 할 법적인 근거가 없다.
이사들 입장에선 정부 정책을 따랐다고 해도 한수원이 공사 중단으로 입는 피해에 대해선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한수원 노조는 이사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사장이 공사를 완전 중단하려면 법적 절차를 정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이 사장의 발언이 합리적 해결을 위한 선의일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공론조사는 시작도 안 했는데 법적 근거를 마련해 달라는 건 사실상 결론(영구 중단)을 내놓고 대응 방안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원자력안전법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허가 절차나 기준 또는 안전에 문제가 있을 때’ 공사 중단을 명령할 수 있다. 다만 이번처럼 건설 중인 원전을 폐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근거가 불분명하다.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면 이는 국회의 몫이다. 국회에서 원전과 관련한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명쾌하지만 야당의 도움 없이는 쉽지 않다.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공론조사 결과가 나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신고리 5, 6호기 건설 여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