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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92㎜ 폭우 … 청주 하늘 뚫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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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6일 충청권을 중심으로 중부 지방에 최대 290㎜에 달하는 폭우가 내리면서 산사태에 매몰된 주민이 숨지고 철도 운행이 중단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하루 새 290㎜ 쏟아져 철도 끊기고 #하천물 넘쳐 이재민 500명 발생 #상가 주차장 차 수십대 물에 잠기고 #산사태로 인명 피해, 농부 실종도 #22년 만에 최악의 홍수 피해

기상청에 따르면 충북 청주는 한때 시간당 91.8㎜의 비가 쏟아져 이날 자정부터 오후 6시까지 누적 강수량 290.2㎜를 기록했다. 충북 증평(225㎜)·괴산(173㎜)·진천(149.5㎜), 충남 천안(232.7㎜)과 세종 연서(114.5㎜), 경북 문경(143.5㎜) 등에도 많은 비가 내렸다. 청주의 경우 1995년 8월 25일 293㎜의 강수량을 기록한 이후 22년 만에 하루 동안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갑자기 내린 비로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이목리에 사는 배모(80·여)씨가 오전 9시쯤 발생한 산사태에 집이 무너지면서 숨졌다. 이날 오후 3시쯤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에서 이모(58)씨가 산사태에 휩쓸려 숨졌다. 보은군 산외면 동화리에 사는 김모(78)씨는 이날 오전 논을 살피다 실족해 수색 중이다.

이날 오전 10시30분을 기해 충북선 열차 상하행선 운행이 전면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한국철도공사는 충북선 오송~청주, 내수∼증평 구간 일부 선로에 물이 차면서 운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충북선은 긴급 복구 작업을 거쳐 오후 3시15분 재개됐다.

주택과 도로가 침수되는 등 피해도 잇따랐다. 청주시 흥덕구 서청주 IC 인근 도로에 물이 차면서 대형상가에 주차된 차량이 침수되고 도로가 통제됐다. 복대천 주변은 한때 하천물이 넘쳐 인근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에 세운 차들이 대피하기도 했다. 오후 들어 청주 흥덕구 비하동에 있는 가경천이 범람해 대농교 주변 상가 20여 곳과 주차됐던 차량 50여 대가 물에 잠겼다. 이 일대 상수도관이 파손돼 가경·복대동 일부 주택가가 단수로 불편을 겪었다. 이번 비로 청주에서 월오동·운동동 등에서 5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오전 쏟아진 폭우로 충북 청주시 중앙여고 주변의 옹벽이 무너지면서 토사가 급식실 내부로 밀려 들어왔다. 피해가 발생한 이 지역 일부 학교들은 오늘(17일) 단축 수업 또는 휴교를 결정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오전 쏟아진 폭우로 충북 청주시 중앙여고 주변의 옹벽이 무너지면서 토사가 급식실 내부로 밀려 들어왔다. 피해가 발생한 이 지역 일부 학교들은 오늘(17일) 단축 수업 또는 휴교를 결정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학교 건물 피해도 있었다. 청주 운호고는 운동장이 물에 잠기고 본관 1층 건물이 침수돼 출입이 금지됐다. 청주 중앙여고는 급식소와 인접한 전파관리소 옹벽이 무너져 급식소가 일부 파손됐다.

증평군은 보강천 수위가 갑자기 불어나면서 하상 주차장에 주차된 굴착기와 화물차, 버스 등 차량 57대가 물에 잠겼다. 이날 오전 진천군 이월면 타이어 공장은 660㎡ 부지와 건물에 빗물이 들어차 소방차 2대를 동원해 3시간 넘게 양수 작업을 벌였다. 조운희 충북도 재난안전관리실장은 “폭우에 따른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재해위험지역을 모니터링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호우 상황을 알리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에서도 시간당 70㎜ 안팎의 비가 쏟아져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낮 12시쯤 천안시 성환천이 역류해 장천교 인근 성환읍 성환8리 마을이 침수됐다. 성환읍 한솔아파트 지하주차장과 입장면 유리·신두리 주택 2채에 물이 들어찼다. 또 성환천과 천안천, 용두천, 녹동천 등이 범람해 주변 농경지가 물에 잠겼다. 강원 원주시 지정면 간현리 점말마을에서는 펜션 투숙객 150여 명이 고립됐다 119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경북 지역에도 실종 사고와 농경지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상주시 청계사 계곡에서는 오후 1시25분쯤 캠핑하던 60대 남성 1명이 실종됐다. 문경시 산북면 이곡리 콩·참깨 밭 4㏊가 물에 잠겼으며, 가은읍 농암면 내서3리에서는 표고버섯 농장 0.3㏊가 침수됐다.

김종찬 청주기상지청 예보관은 “남쪽의 북태평양 고기압과 북쪽의 대륙 고기압이 중부권에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쪽의 비구름이 유입돼 폭우가 내린 것”이라며 “대기 불안정으로 17일까지 경기 동부, 강원 영서, 충북 북부 등에 5~40㎜의 국지성 호우가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청주·천안·문경=최종권·김방현·백경서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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