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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벌어진 사초(史草) 공방…지우려는 자 vs 들춰내려는 자의 싸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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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이 지난 1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실 문건을 캐비닛에서 발견했다”며 공개한 문건. [연합뉴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이 지난 1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실 문건을 캐비닛에서 발견했다”며 공개한 문건. [연합뉴스]

 지우려는 쪽과 들춰내려는 쪽 사이의 사초(史草) 공방이 또 불붙었다.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문건 300여 건을 공개하자 야당이 "절차 위반"이라고 비판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6일 “정의를 바로세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청와대는 이날 민정수석실과 총무비서관실이 나서 17~18일 이틀 동안 청와대 전체 시설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유사 사례가 있을 수 있어서 각 수석실과 비서관실별로 확인하라고 지시가 내려졌다”고 전했다. 청와대가 공개한 300여건의 문건 중에는 책상 서랍의 뒷면에 떨어져 있다가 발견된 것도 있는 만큼 철저히 더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청와대 발견 문건들, 정의 바로세우는 계기 되길” #자유한국당 “기록물 분류 않고 먼저 공개한 건 절차 위반” #공수(功守) 뒤바뀐 채 전개되는 대통령 기록물 정치 공방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당시 민주당 “국기 문란” 비판 #민주당, 2008년엔 대통령 기록물 반출 논란 휩싸여

 반면 참여정부 때 국가기록원장을 지낸 박찬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대통령 기록물관리법의 취지는 새 정권이 전 정권 기록물을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라며 “캐비닛에서 발견된 기록물이라면 대통령기록관에 먼저 이관해 일반ㆍ비밀ㆍ지정기록물 분류 작업을 했어야 하는데 그런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은 절차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은 법률가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300여 건의 문건 보관 경위와 대통령 기록물 분류 여부, 선(先) 공개의 절차적 문제 등에 대한 법리 검토에 들어갈 방침이다.

 대통령 기록물 공개 및 이관 문제를 둘러싼 정치 공방은 역대 정부마다 정권 교체 과정에서 치열했다. 지금과 공수(攻守) 주체만 뒤바뀌었을 뿐이다.
 18대 대선을 앞둔 2012년 10월 당시 새누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라며 일부를 공개했다. 대선 판을 달군 NLL 포기 논란은 해를 바꾸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에도 계속됐고, 그 해 6월 남재준 당시 국가정보원장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과 발췌본을 전면 공개하면서 기름을 부었다.

2013년 6월 25일 당시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을 상대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을 공개한 것에 대한 적법성 여부를 따져묻고 있다. [중앙DB]

2013년 6월 25일 당시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을 상대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을 공개한 것에 대한 적법성 여부를 따져묻고 있다. [중앙DB]

 당시 민주당은 “국정원의 국기 문란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남 전 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여야는 “대화록 원문을 직접 확인해보자”며 남북정상회담 관련 자료제출요구안을 본회의에서 가결 처리했다. 이후 여야에서 열람위원단을 국가기록원에 보내 대화록을 찾아보았지만 원본이 보관돼있지 않아 ‘대화록 실종 사건’이란 말이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도 2008년 유사한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그해 3월 이명박 정부 청와대는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대통령 기록물을 복사해 봉하마을 사저로 가져간 사실을 파악하고 기록물 반환을 요청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회고록 정리 등 목적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 기록물 유출은 불법 행위”라고 비판하며 전ㆍ현 정권 간 기록물 유출 공방이 확산됐다. 노 전 대통령 측은 결국 그해 7월 시스템 자료를 저장한 하드디스크 원본 14개와 사본 14개 등을 국가기록원에 돌려주었다.

2008년 7월 13일 당시 정진철 국가기록원장(왼쪽 두번째)과 조사단원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 기록물의 회수 및 유출 경위 조사를 위해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방문 조사를 마친 뒤 사저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중앙DB]

2008년 7월 13일 당시 정진철 국가기록원장(왼쪽 두번째)과 조사단원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 기록물의 회수 및 유출 경위 조사를 위해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방문 조사를 마친 뒤 사저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중앙DB]

 김형구·허진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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