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2억 3000만원 '꿀꺽'한 정신건강센터 직원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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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수서경찰서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예산 등을 빼돌린 혐의로 회계담당 직원 A(32·여)씨를 구속했다.[중앙포토]

서울 수서경찰서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예산 등을 빼돌린 혐의로 회계담당 직원 A(32·여)씨를 구속했다.[중앙포토]

A(32·여)씨는 스물 두살이었던 2007년부터 서울시 ○○구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회계 담당자로 일해왔다. 센터 직원들은 10년 동안 한자리에서 일한 A씨를 믿고 한해 7억원이 넘는 예산을 맡겼다. 하지만 A씨는 8년 전부터 다른 직원 모르게 센터 예산을 훔쳐 쓰고 있었다. A씨는 사업에 집행하고 남은 예산을 업무와 관련 있는 지출인양 장부를 조작하고 자신의 계좌로 이체했다. 이렇게 청소년과 알코올 중독자 등에게 지급돼야 할 센터 예산 2억 3000만원이 A씨의 지갑으로 들어갔다. A씨는 빼돌린 돈으로 개인 빚을 갚고, 외식하고, 옷을 샀다.

A씨의 상습적인 예산 횡령은 결국 서울시 공익감사단에 꼬리가 밟혔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변호사·회계사·세무사 등 민간 전문가 83명으로 공익감사단을 꾸려 보조금·민간위탁사업 등에 집중 감사를 벌였다. ○○구 정신건강복지센터는 A씨를 경찰에 고소했고, 서울 수서경찰서는 업무상횡령·정신건강 복지법·지방재정법 위반 혐의로 A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하고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서울 시내 정신건강증진센터는 시와 자치구가 예산을 나눠 부담해 연간 약 7억원의 보조금으로 운영된다. 센터는 보건소를 통해 예산을 받고, 보건소 직원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하지만 간호사 등 회계 지식이 없는 사람이 감독 업무를 맡다 보니 회계 담당자가 예산을 빼돌려도 눈치채기 어렵다.

지난 2월 △△구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도 회계담당 직원 최모(29·여)씨가 3년 동안 센터 예산 3억 20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최씨는 횡령한 돈으로 7000만원 짜리 재규어 승용차와 명품 가방 등을 사고 해외여행을 다녔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지난 4월 최씨를 업무상횡령 및 정신보건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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