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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의 성녀' 테레사 수녀 사리, 상표권 등록

중앙일보

입력

테레사 수녀. [AP=연합뉴스]

테레사 수녀. [AP=연합뉴스]

흰색에 푸른색 3선 줄무늬가 있는 인도 전통의상 사리. '빈자의 성녀' 테레사 수녀(1910~1997)의 이 트레이드 마크가 지적 재산권을 획득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인디아타임즈 등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종교 유니폼이 상표권으로 인정된 첫 사례다.

수녀복 대신 흰 사리에 파란색 테두리 #인도의 가장 가난한 여성들이 입던 옷 #테레사 수녀 시성식 날 상표권 등록돼

테레사 수녀가 설립한 사랑의 선교회의 지적 재산권을 대리하는 비스와지트 사르카 변호사는 "인도 정부가 푸른 줄무늬가 있는 사리의 상표권 등록을 승인해줬다"고 인디아타임즈에 밝혔다.

'빈자의 성녀'라 불리는 테레사 수녀는 1931년부터 47년까지 인도의 콜카타에 있는 성 마리아 수녀원 부속 학교에서 소녀들에게 지리학을 가르쳤다. 그러다 거리에서 고통 받는 인도의 가난한 자들을 돌보라는 신의 부르심을 듣고 1948년 수녀원에서 나온다. 콜카타 빈민가의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함께 했다. 자신의 뜻을 알리기 위해 인도에서도 가장 미천한 여인들이 입던 흰색 사리를 착용했다. 중부 유럽 출신이었지만 인도 국적을 취득했다. 1979년 노벨 평화상 시상식 때도 평소처럼 흰색 사리와 샌들 차림으로 나섰다.

성인이 된 빈자의 수녀. 2005년 이스라엘이 공습한 레바논 서베이루트에서 구조활동을 벌이는 테레사 수녀.  [중앙포토]

성인이 된 빈자의 수녀. 2005년 이스라엘이 공습한 레바논 서베이루트에서 구조활동을 벌이는 테레사 수녀. [중앙포토]

사르카 변호사는 "테레사 수녀가 성인으로 추대된 지난해 9월 이후 사랑의 선교회 수녀들이 입은 푸른 줄무늬 사리의 상표권이 등록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랑의 선교회는 지금까지 이를 공표하진 않았지만, 전세계적으로 파렴치하거나 부당한 사용이 없는지 감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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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적 이용 뿐 아니라 자선 사업에 사용되는 경우도 엄격히 단속할 예정이다. 사르카 변호사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사랑의 선교회와 어떤 관련도 없음에도 마더 테레사의 이름을 따고 유니폼을 입고 학교를 운영하는 기관이 많다"고 지적했다. 테레사 수녀의 이름을 딴 학교의 교사들이 급여 체불과 관련해 사랑의 선교회에 편지를 보내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테레사 수녀의 이름을 딴 협동조합 은행, 푸른 줄무늬로 장식한 종교 서적 등도 사랑의 선교회와 연관된 것으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랑의 선교회 수녀들의 복장. 테레사 수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푸른색 테두리가 있는 흰색 사리는 상표권을 획득했다. [사진=위키미디어]

사랑의 선교회 수녀들의 복장. 테레사 수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푸른색 테두리가 있는 흰색 사리는 상표권을 획득했다. [사진=위키미디어]

"마음 약한 수녀님들은 사리의 상표권 등록을 반대하셨어요. 법원으로 가길 원하진 않으셨죠. 언젠가 사람들은 그들이 잘못된 일을 하고 있음을 깨달을 거라면서요. 하지만 그렇게 내버려둘 순 없습니다. 이제 누구든 진실을 호도한다면 우리는 엄중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겁니다."

상표권 출원 신청은 2013년 12월에 했고, 3년여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등록이 허가됐다. 인도 정부는 테레사 수녀가 성인으로 추대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사리의 상표권 등록도 같은 날이자 일요일인 2016년 9월 4일자로 했다고 한다. 사리는 선교회가 운영하는 곳에서 제작돼 매년 4000벌이 전세계의 수녀에게 배포된다.

아마존에서 판매중인 마더 테레사 코스튬. 사랑의 선교회 측은 이 역시 판매를 중단케 할 계획이다. [아마존 캡처]

아마존에서 판매중인 마더 테레사 코스튬. 사랑의 선교회 측은 이 역시 판매를 중단케 할 계획이다. [아마존 캡처]

사르카 변호사는 테레사 수녀의 이름의 저작권을 인정 받는 것이 다음 목표라고 밝혔다.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 등에서 판매되는 어린이용 사리 역시 판매하지 못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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