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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인데 차보험료 더 내라? 9월부터 그럴 일 없겠군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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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과실비율이 50% 미만인 교통사고 피해자인데도 가해자와 똑같이 보험료가 할증되는 일이 9월부터 사라진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9월 1일 이후 발생하는 사고를 기준으로 ‘과실 비율에 따른 자동차보험료 할증 차등화 방안’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10일 밝혔다.

자동차보험료 할증 차등화 시행 #과실비율 50%미만은 인상폭 낮춰 #15만 명 평균 보험료 12% 줄어들 듯

현행 자동차보험료는 일반적으로 3가지 단계로 산출한다. ①종목별·담보별·차종별로 기본보험료를 산정하고, ②피보험자의 연령이나 운전자 범위, 운행거리 등 차등화 요소를 감안한 후, ③사고경력에 따른 개별적인 위험(할인·할증제도) 등을 반영해 최종 결정된다.

[그래픽 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 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 가운데 할인·할증제도는 자동차사고가 발생해 보험금이 지급된 경우, 피해 규모와 사고 횟수를 감안해 이듬해 보험료를 올리거나 내리는 제도다. 사고를 낸 경험이 있는 운전자에게는 보험료를 더 받고, 그렇지 않은 무사고 운전자에게는 보험료를 깎아준다. 할인·할증의 정도는 사고 규모(사고심도)와 횟수(사고빈도)에 따라 결정한다.

문제는 규모와 횟수를 빈도를 따질 때 과실비율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곧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분 없이, 상해 정도 등 사고 크기 및 사고 발생의 유무에 따라 보험료를 똑같이 할증한다. 경찰이 발급하는 ‘교통사고사실확인원’에는 사고발생 경위 등을 고려해 ‘가해차량’과 ‘피해차량’을 구분해 표기하고 있는데도, 보험료 할증을 적용할 때에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따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런 할증 방식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교통법규위반 등 과실이 큰 난폭 운전자와 상대적으로 과실이 작은 선량한 피해자가 같은 부담을 지기 때문이다. 사고위험도에 상응한 적정 보험료 산출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자동차사고 가해자의 위험도가 피해자보다 약 5% 정도 높은데도, 현재의 할인·할증제도는 이러한 사고위험도의 차이를 반영하지 않는다.

개선안의 핵심은 과실비율 50% 미만의 자동차사고 피해자가 억울하게 보험료를 더 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점이다. 사고위험도에 상응한 공정한 보험료가 산출·적용될 수 있도록 피해자에 대해서는 보험료 할증을 대폭 완화한다.

이를 위해 최근 1년간 발생한 피해자의 자동차사고 1건은 사고내용점수(사고 규모) 산정에서 제외한다. 여러 건이라면 점수가 가장 높은 사고를 제외한다. 사고건수요율(사고 횟수)을 따질 때에도 피해자의 사고 1건은 건수 산정에서 뺀다. 다만, 무사고자와의 차별은 둬야 하기 때문에 일단 사고가 났다면 피해자라도 3년간 보험료 할인은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권순찬 금감원 보험 담당 부원장보는 “이 같은 차등화 방안이 시행되면 자동차사고 피해자 약 15만 명의 보험료가 평균 12.2% 인하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151억원 정도다. 다만 가해자의 보험료가 과도하게 오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해자에는 현재와 동일한 할증이 적용된다. 권 부원장보는 “음주·졸음운전을 하거나, 운전 중 휴대폰사용, DMB 시청 등 도로교통법상 금지하는 행위를 하다 사고를 당하면 과실비율이 가중돼 피해자로서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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