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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순방 징크스’, 文 대통령에게는 아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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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독일 방문을 마치고 10일 귀국했다. 6월 29~30일 한ㆍ미정상회담을 위한 미국 방문에 이은 취임 후 두번째 해외 순방이었다. 두번의 순방 기간 동안 대형 사건사고는 없었다. 대통령 국내 부재 중 발생하는 악재 또는 현지에서 일어난 사고로 순방 성과가 묻히는 ‘해외순방 징크스’에서 아직까지는 벗어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독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10일 새벽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해 마중나온 인사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독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10일 새벽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해 마중나온 인사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순방 현지에서 청와대 참모진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독일 방문을 수행한 한 행정관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등 엄중하게 돌아가던 분위기였고 반드시 외교적 성과를 내야 하는 순방이었다”며 “현지에서 술자리 2차 금지령도 내려져 ‘윤창중 대변인 성추행’ 같은 일은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독일 방문 중이던 8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치안상황실을 방문해 근무자들에게 당부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독일 방문 중이던 8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치안상황실을 방문해 근무자들에게 당부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상황은 이낙연 총리가 중심이 돼 챙겼다. 이 총리는 문 대통령이 방독 중이던 6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면서 폭염 전력 공급 방안과 자연재해ㆍ안전사고 예방 대책을 논의한 데 이어 8일에는 경찰청 치안상황실을 방문해 민생 치안을 점검했다. 배재정 총리 비서실장은 “문 대통령이 외치에 전념할 때 내치는 이 총리가 키를 잡고 상황 체크를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평소보다 엄격하게 참모진 군기를 잡았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비서실장ㆍ민정수석ㆍ시민사회수석 등 청와대 근무경험이 많아 청와대 운영상황을 잘 아는 만큼 출국 전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예측하고 꼼꼼한 대비책을 수립해두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취임 후 방미ㆍ방독 두번의 순방 중 대형 악재는 없어 #“文 대통령 청와대 군무경험 많아 꼼꼼한 대비책 지시” #내치(內治)는 李 총리 중심이 돼 현안 챙겨 #“추경 등 급한데 국회 올스톱 된 건 아쉬워” 지적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0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0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대통령 순방 기간 동안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이 빌미가 돼 국회 일정이 올스톱 된 것을 두고서는 여권 내에서도 아쉽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권 한 인사는 “추경안, 정부조직법 개편안 등 시급한 현안이 산적해있는데 여당 대표 발언 하나로 꽉 막혀버려 답답하다”고 말했다.

2013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미국 방문 기간 중 여성 인턴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사진은 윤 전 대변인이 같은해 5월 11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 인턴의 허리를 툭 친 적은 있으나 성적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는 모습. [중앙포토]

2013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미국 방문 기간 중 여성 인턴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사진은 윤 전 대변인이 같은해 5월 11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 인턴의 허리를 툭 친 적은 있으나 성적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는 모습. [중앙포토]

박근혜 정부 때는 ‘순방 징크스’란 말이 따라다녔을 만큼 대통령 순방 중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졌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석달 만인 2013년 5월 미국 방문 도중 터진 당시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성 추문은 국정 지지도 하락까지 초래했다.
윤창중 대변인 사건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해 9월 러시아ㆍ베트남 순방 때 이석기 통진당 전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논란 등이 한꺼번에 터졌다.

또 ▷2104년 10월 아시아ㆍ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차 이탈리아를 방문했을 때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오스트리아식 개헌’ 발언 논란 ▷2015년 3월 중동 순방 기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피습 사건 ▷2015년 4월 중남미 순방 때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받던 당시 이완구 총리의 사의 표명 ▷2015년 11월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차 말레이사 방문 때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등이 일어났다. 여론의 관심은 자연 순방 보다는 후자에 쏠리면서 순방성과가 희석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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