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독일 방문을 마치고 10일 귀국했다. 6월 29~30일 한ㆍ미정상회담을 위한 미국 방문에 이은 취임 후 두번째 해외 순방이었다. 두번의 순방 기간 동안 대형 사건사고는 없었다. 대통령 국내 부재 중 발생하는 악재 또는 현지에서 일어난 사고로 순방 성과가 묻히는 ‘해외순방 징크스’에서 아직까지는 벗어나 있다.
특히 순방 현지에서 청와대 참모진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독일 방문을 수행한 한 행정관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등 엄중하게 돌아가던 분위기였고 반드시 외교적 성과를 내야 하는 순방이었다”며 “현지에서 술자리 2차 금지령도 내려져 ‘윤창중 대변인 성추행’ 같은 일은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국내 상황은 이낙연 총리가 중심이 돼 챙겼다. 이 총리는 문 대통령이 방독 중이던 6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면서 폭염 전력 공급 방안과 자연재해ㆍ안전사고 예방 대책을 논의한 데 이어 8일에는 경찰청 치안상황실을 방문해 민생 치안을 점검했다. 배재정 총리 비서실장은 “문 대통령이 외치에 전념할 때 내치는 이 총리가 키를 잡고 상황 체크를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평소보다 엄격하게 참모진 군기를 잡았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비서실장ㆍ민정수석ㆍ시민사회수석 등 청와대 근무경험이 많아 청와대 운영상황을 잘 아는 만큼 출국 전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예측하고 꼼꼼한 대비책을 수립해두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취임 후 방미ㆍ방독 두번의 순방 중 대형 악재는 없어 #“文 대통령 청와대 군무경험 많아 꼼꼼한 대비책 지시” #내치(內治)는 李 총리 중심이 돼 현안 챙겨 #“추경 등 급한데 국회 올스톱 된 건 아쉬워” 지적
다만 대통령 순방 기간 동안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이 빌미가 돼 국회 일정이 올스톱 된 것을 두고서는 여권 내에서도 아쉽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권 한 인사는 “추경안, 정부조직법 개편안 등 시급한 현안이 산적해있는데 여당 대표 발언 하나로 꽉 막혀버려 답답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순방 징크스’란 말이 따라다녔을 만큼 대통령 순방 중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졌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석달 만인 2013년 5월 미국 방문 도중 터진 당시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성 추문은 국정 지지도 하락까지 초래했다.
윤창중 대변인 사건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해 9월 러시아ㆍ베트남 순방 때 이석기 통진당 전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논란 등이 한꺼번에 터졌다.
또 ▷2104년 10월 아시아ㆍ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차 이탈리아를 방문했을 때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오스트리아식 개헌’ 발언 논란 ▷2015년 3월 중동 순방 기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피습 사건 ▷2015년 4월 중남미 순방 때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받던 당시 이완구 총리의 사의 표명 ▷2015년 11월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차 말레이사 방문 때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등이 일어났다. 여론의 관심은 자연 순방 보다는 후자에 쏠리면서 순방성과가 희석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