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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건강] 꼭 끼는 옷이 건강도 옥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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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교복.넥타이.거들.코르셋.하이힐의 세 가지 공통점은? "

첫째, 멋을 내기 위해 착용한다. 둘째, 우리 몸을 사정없이 졸라맨다. 셋째, 너무 조이면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 '흉기(凶器)'로 변한다. 동국대 정해관 교수팀(예방의학)은 최근 여고 2학년생 약 2백명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조사를 했다.

이 중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쫄교복' 학생들은 날씬해 보이기 위해 배의 이물감(異物感).팽만감.포만감.속쓰림 등을 감수하고 있었다. 쫄교복을 입은 학생은 74%(일반 교복 학생은 66%)가 식후 불쾌감을, 40%(일반 교복 24%)가 조기(早期) 포만감을, 37%가 속쓰림(일반 교복 28%)을 호소했다.

성인이라고 부작용이 덜할 리 없다. 몸을 조이는 것들이 건강에 끼치는 영향을 알아보자.

*** 허리띠·거들·코르셋

허리띠를 너무 조이면 배에 상당한 압력이 가해져 혈압이 올라간다. 장 운동이 부실해져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위 내의 음식물이 잘 내려가지 않고 역류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역류성 식도염이나 위염이 생긴다. 천식.폐질환 환자는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졸라맨 거들은 서있을 때보다 운전 등으로 앉아있을 때 더욱 큰 부담이 된다. 자신의 몸 사이즈에 맞는 거들을 입는 것이 해결책이다. 허리를 날씬하게 하고 가슴을 받쳐주는 코르셋을 너무 조여 입으면 부작용을 낳게 된다. 배 속의 장기들이 아래쪽으로 밀려 내려가지만 아래 부위도 코르셋이 바짝 죄고 있어 불편하고 답답해진다. 이 압력 때문에 혈액순환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 멋을 위해 끝까지 참으면 변비나 늑골 골절이 올 수 있다. 코르셋은 곧잘 요통의 원인도 된다. 입으면 척추 전체가 하나로 고정돼 척추 고유의 기능을 잃기 때문이다. 척추는 원래 하나하나 관절들의 움직임이 모여 구부리기 등 동작을 취하게 돼 있다. 코르셋을 바짝 조여 입는 것은 곤란하다. 하루 네시간 이상, 장기간 착용하는 것도 안 된다.

*** 브래지어·팬티

일반적으로 거들을 입은 학생의 배변량은 안 입은 학생보다 훨씬 적다. 또 먹은 음식이 변으로 배출되는 데 걸리는 시간도 더 길다. 가슴을 봉긋 올려주는 '보정 브래지어'를 여성들에게 1주일간 입히고 배변량을 살폈다.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동안엔 배변량이 줄었다. 브래지어를 벗게 하자 배변량도 평상시로 돌아갔다. 꼭 끼는 속옷은 변비의 원인도 된다. 부교감신경의 움직임이 둔해져, 작은 창자에서 음식물을 부숴 앞으로 밀어내는 힘이 약해지고 소화액의 분비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음식물 찌꺼기가 대장에 남아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배변량이 줄면서 변비가 생기는 것. 꼭 끼는 속옷을 오래 입으면 고무줄이 닿는 허리나 팬티라인에 거무스름한 색소가 남을 수 있다. 또 팬티선을 중심으로 가렵고, 긁으면 붉어지면서 좁쌀 같은 것이 피부에 돋아나는 알레르기성 접촉성 피부염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외음부나 질이 가렵고 분비물이 나오는 칸디다증, 음부 탈모증, 팬티 고무줄이 닿는 부분에 줄이 생기고 부풀어 오르는 피부묘기증 등도 팬티를 잘못 입는 데서 비롯된다. 잠잘 때만이라도 '마릴린 먼로'처럼 다 벗고 자는 것이 좋다.

*** 하이힐

태어나서 60세까지 16만㎞(지구 네바퀴를 도는 거리)를 걸어야 하는 소중한 발을 졸라맨다. 오래 신으면 발목 관절에 문제가 생기고 발가락이 변형되며 무릎 관절염이 올 수 있다. 요통을 일으킨다는 학자도 있다. 따라서 하이힐은 신지 않는 것이 최선이나, 굳이 신을 경우 굽이 5㎝를 넘지 않고 한번에 6시간 이상 신지 않으며 일주일에 4회 이하 신는 것이 권장된다. 신발은 발의 길이와 폭보다 1~1.5㎝ 여유있어야 한다.

*** 넥타이

바짝 죄어 매면 녹내장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안압(眼壓)이 올라가 시력이 나빠지고 심하면 실명(失明)할 수도 있다. 미국 뉴욕 안과.이과(耳科)병원 연구진은 최근 건강한 남자 20명과 녹내장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넥타이와 녹내장의 관계를 추적했다. 이 조사에서 넥타이를 조여맨 경우 녹내장 환자의 60%, 건강한 남자의 70%가 안압이 올라갔다. 조여맨 넥타이가 목의 정맥을 눌렀기 때문인 것으로 연구진은 풀이했다. 예상한 대로 넥타이를 풀자 안압은 정상으로 떨어졌다. 넥타이를 바짝 올려 매면 또 뇌졸중(중풍)의 위험이 높아진다.

꽉 낀 청바지를 입으면 피가 잘 통하지 않아 다리가 저릴 수 있다. 폭이 좁은 바지를 입으면 등.다리의 근육에 경련을 일으키기 쉬우며 피로의 원인이 된다. 피부도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 몸 안의 일산화탄소를 몸 밖으로 배출하고, 땀을 통해 체온을 조절하며, 각종 노폐물을 체외로 내보내는 것이 피부의 주된 역할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권혁재 전문기자

*** 도움말 주신 분 : 아주대 가정의학과 김광민 교수.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황지혜 교수.관동의대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김선현 교수.고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서승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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