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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입니다’ 성공하게 만든 그 펀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월 25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는 2014년부터 기획에 들어갔던 작품이다. 마케팅비를 포함한 총 제작비는 6억원. 문제는 개봉관 확보였다. 크라우드펀딩 업체 와디즈가 나섰다. 6개월 만기에 5% 확정금리를 주는 조건으로 투자자를 모집했다. 손익분기점은 20만6700명. 영화의 취지에 공감한 이들이 몰리면서 26분 만에 목표금액 2억원을 달성했다. 총 507명의 투자자들이 참여해 모집 목표 금액의 245%인 4억8900만원을 모집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시스템에 따르면 8일 현재 이 영화의 누적 관객 수는 184만551명.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한 507명의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공감하는 영화의 개봉을 성사시켰고, 연 환산 10%의 괜찮은 수익까지 올릴 수 있었다.

영화 '노무현입니다'

영화 '노무현입니다'

#2014년 설립된 의류업체 에스와이제이는 원가의 5분의 1 가량을 줄여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대형 봉제공장에서 버리는 원단을 주워다 이를 활용해 제작하는 방식이었다. 이 회사 브랜드인 아임엠쓰리 등은 귀여운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이 회사 김소영 대표는 해외 진출, 오프라인 매장 확대 등 다양한 계획을 세웠지만 투자가 쉽지 않았다. 금융회사들은 김 대표의 학력과 경력까지 캐물었고, 벤처캐피털과 창업투자회사는 여러 조건을 달았다. 김 대표가 찾은 해법은 크라우드펀딩. 이 방식으로 지난해 8월 7억원을 모았다. 이후 스타트업 주식 유통 시장인 KSM(KRX Startup Market)을 겨쳐 지난 5월 2일 코넥스 시장에 상장됐다. 상장 첫날 주가가 가격제한폭(15%)까지 오르면서 크라우드펀딩 투자자들의 투자 수익률은 200%에 육박했다.

금융위, 크라우드펀딩 조사 결과 #지난해 초부터 지금까지 총 197개사 295억 조달 #상반기엔 91개사 120억 모집 #총 펀딩 성공률 52%, 상반기는 64% #영화 등 문화콘텐트 분야 펀딩 급증 #50만원 이하 투자자 비중 절반으로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올 6월말까지 총 17개월간 197개 기업이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해 295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펀딩 성공률은 52%, 투자자는 총 1만3221명, 기업별 평균 조달금액은 1억5000만원이다. 김기한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십시일반으로 창업ㆍ벤처ㆍ중소기업의 자금을 조달하는 크라우드펀딩이 본래 취지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크라우드펀딩 제도 시행 이후 펀딩 성공률은 52%이지만, 올 상반기만 따지면 성공률은 64%에 이른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크라우드펀딩 성공률은 32%에 그쳤다.

업종별로는 제조업ㆍ정보기술(IT)ㆍ모바일 등이 주를 이룬다. 또 영화를 비롯한 문화콘텐트 업종의 성공사례도 상당수다. 특히 올 들어 일반 투자자가 사업 내용을 이해하기 쉬운 문화콘텐트 분야에서 성공 사례가 대폭 증가했다. 지난해 이 분야는 14건(전체의 12%)에 그쳤지만, 올 상반기에만 25건(27%)에 달한다.

자료: 금융위원회

자료: 금융위원회

올 상반기 월평균 크라우드펀딩 성공 건수는 15.3건으로 지난해 월평균 10.5건 대비 45.7% 급증했다. 작년 상반기(월 평균 11.6건)과 비교하면 31.9% 증가했다. 특히 4월에는 기업의 3월말 재무제표 확정 작업에 따라 펀딩 참여가 저조하고, 5월에는 석가탄신일ㆍ어린이날 등 장기 연휴로 크라우드펀딩 작업이 저조할 수 있었지만 시장 성장세는 꾸준했다.

크라우드펀딩 도입 2년차가 되면서 일반 투자자의 참여도 대폭 증가했다. 올 상반기 투자한 일반 투자자는 6823명으로, 작년 상반기 2436명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작년 상반기에는 일반 투자자 중 고액투자자(150만~200만원) 비중이 57%에 달했지만, 올 상반기에는 50만원 이하 소액투자자 비중이 49%로 급증했다. 연령별로는 20대 투자자가 작년 상반기 15%에서 올 상반기에는 31%로 급증하며 30대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자료: 금융위원회

자료: 금융위원회

김기한 과장은 “금융위는 향후 보다 많은 기업과 투자자가 펀딩에 참여할 수 있도록 투자광고 규제를 완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며 “개인투자자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기술 우수기업에 투자하는 경우 소득공제 허용대상으로 포함되도록 과세당국과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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