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확성기 방송 중단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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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으로 지난해 1월 8일 정오 전방지역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 했다. 이날 중부전선에서 한 병사가 방송을 위해 확성기 위장막을 걷어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군 당국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으로 지난해 1월 8일 정오 전방지역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 했다. 이날 중부전선에서 한 병사가 방송을 위해 확성기 위장막을 걷어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7·6 베를린 구상’을 통해 “휴전협정 64주년(27일)에 맞춰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를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그 후속 조치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7일 “처음 작성한 문 대통령의 원고엔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이 구체적 사례로 들어 있었다”면서 “그러나 4일 북한의 화성-14형 미사일 발사 이후 독회(讀會)에서 해당 문구가 빠졌다”고 전했다.

원고 수정으로 최고 통수권자(대통령)의 방침이 모호해지면서 국방부와 군 당국의 입장도 명확하지 않게 됐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는 수단이 여러 개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하긴 힘들다. 포괄적인 수단이라고 이해하면 된다”고만 말했다. 그는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적대행위라고 주장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예단할 수 없고 북의 반응을 지켜봐야 한다”며 “국방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청와대와 통일부·외교부와 협의할 문제”라고 했다.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하기 전까지 우리가 먼저 거론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군 당국은 최전방 지역에서 30여 대의 대북 확성기를 통해 뉴스와 날씨, 가요, 북한 소식 등을 방송하고 있다. 직선거리 기준으로 군사분계선(MDL) 이북 최대 20㎞까지도 대북 방송이 들린다고 한다. 지난 2월 김정남 독살 사건도 대북 확성기를 통해 북쪽으로 전파했다. 지난달 13일 중부전선 비무장 지대에서 귀순한 북한군 병사가 “대북 확성기 방송에서 탈북자들이 전하는 한국의 발전상을 듣고 (한국을) 동경하게 됐다”고 할 정도로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군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반면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은 출력이 약해 우리 쪽에선 거의 들리지 않는다. 대남용이라기 보다는 우리 방송 교란 목적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대신 남북한 통신선 재개통을 제안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2월 개성공단 폐쇄 조치 이후 북한은 우리와의 모든 통신 채널을 끊었다. 문 대변인은 “서해의 남북한 군 통신선은 연결돼 있다. 언제든지 저쪽에서 받겠다는 신호를 보내면 통신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철재·위문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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