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6만원대 치즈 ‘본사 통행세’ 붙으면 9만원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1면

미스터피자에서 촉발된 ‘치즈 통행세’ 논란이 다른 피자 프랜차이즈로 번지고 있다. 치즈 통행세란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치즈를 공급하면서 친인척이 낀 납품업체를 통해 유통 마진을 한 단계 더 부가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300여 개의 가맹점을 둔 피자에땅은 치즈 공급가를 6.2% 인하한다고 5일 밝혔다.

피자 프랜차이즈 갑질 논란 #친인척 낀 납품업체 통해 제품 공급 #마진 30% 붙어 점주들에 큰 부담 #일부선 “새우는 2배 더 받아” 주장 #문제 불거지자 피자에땅 등 값 내려

이 회사 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가맹점과의 상생을 위해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피자에땅은 4일 밤 가맹점에 공문을 보내 “치즈 가격을 10㎏ 기준 9만5000원에서 8만9430원으로 인하한다”고 통보했다. 또 주요 피자 프랜차이즈 한 곳도 치즈 가격 인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자에땅은 대표의 부인과 아들, 딸이 운영하는 납품업체를 통해 가맹점에 식자재를 공급해 논란을 빚었다. 업계에선 치즈 통행세 논란이 확대되기 전에 자발적으로 공급가격을 낮춘 것으로 풀이한다.

미스터피자의 경우 정우현(69) 전 MP그룹 회장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중간 납품업체를 통해 치즈를 공급하면서 5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5일 정 전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래픽 이정권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 이정권기자 gaga@joongang.co.kr]

피자에땅의 식자재 공급시스템도 미스터피자와 유사하다. 강성원 피자에땅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치즈 통행세뿐만 아니라 피자 도우와 박스 등 주요 식자재와 부자재를 가족 회사를 통해 공급하는 바람에 원재료비가 늘었다”며 “2만~3만원에 피자 두 판을 서비스하는 ‘1+1’ 주문이 많은 점포는 매출 대비 재료비가 50%를 넘는다”고 말했다. 또 “필수 품목인 수입 새우는 시중에서 3만9000원에 살 수 있지만 가맹점에 들어오는 가격은 7만원대로 두 배가량 비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논란이 된 내용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서도 “가맹점과 협의해 합리적으로 하나씩 풀어 가겠다”고 말했다. 피자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부과하는 과다한 원재료비는 줄곧 논란을 빚었다. 업계에 따르면 가공업체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 공급하는 치즈 가격은 6만~7만원(10㎏ 기준) 선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A가공업체가 B프랜차이즈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가공업체는 1㎏에 6773원이었던 치즈를 4월부터 9.4% 인상한 7409원에 공급했다. 10㎏을 기준으로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9만5000원에 공급했다면 30% 정도의 마진을 붙인 셈이다. 치즈가 차지하는 재료비 비중은 15~20%다.

중앙일보가 피자 프랜차이즈의 치즈 공급가를 조사한 결과 미스터피자가 8만7395원으로 가장 낮았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9만원대에 치즈를 공급했다. 미스터피자의 공급가격이 낮은 이유는 지난해 정 전 회장의 경비원 폭행사건에 이은 브랜드 이미지 추락으로 가맹점 매출이 급감하자 물류비를 낮춰 달라는 점주들의 요구를 가맹본부가 수용했기 때문이다. 점주들의 적극적인 요구가 결국 물류비를 낮춘 셈이다.

피자에땅의 경우 ‘가족 회사’를 통한 납품 과정도 논란이다. 피자에땅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물류회사 올담에프에스는 공재기 대표의 부인이, 박스 제조업체인 견지포장은 아들이, 도우(빵)를 납품하는 헤스텍은 딸이 대표를 맡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부인·아들·딸이 운영하는 회사와 피자에땅의 거래액(2016년)은 매입 64억원, 매출 51억원으로 115억원에 이른다.

물론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가족이 운영하는 납품업체를 통해 가맹점에 식자재를 공급한다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는 대기업이 사회적 지탄을 받는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와 다를 바가 없다.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회사를 여러 개로 쪼개면 프랜차이즈 규모가 커지더라도 법인세 등에서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프랜차이즈 컨설턴트는 “서비스업인 프랜차이즈와 달리 제조업을 계열 회사로 등록해 놓으면 지자체를 통한 부지 제공 등 여러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