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 신규창업자에 카드수수료 1000억원 환급?…이번엔 '우대수수료 환급제'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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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문을 연 점포의 경우 대부분이 영세·중소가맹점일텐데, 대형가맹점과 비슷한 수준인 2%대의 업종별 평균 카드 수수료를 적용하는 건 불합리합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우대수수료는 카드사가 영세·중소가맹점에 제공하는 ‘혜택’입니다. 매출이 확인된 이후 그 규모별로 우대수수료 적용대상을 정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닙니까.(카드사)”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추진 중인 ‘카드 가맹점 우대수수료 환급제’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정기획위는 ‘자영업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워 정책 추진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이해당사자인 카드업계에선 ‘원칙에 벗어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신규 점포에 적용하는 평균수수료는 카드사의 초과이익” #“우대수수료는 혜택일 뿐, 환급까지 하라는 건 억지” #“자영업자 지원책” vs “앞 뒤 다른 정책”

우대수수료 환급제, 왜 시작됐나  

카드 가맹점 우대수수료 환급제의 시작은 이렇다. 모든 가게(가맹점)는 매출규모에 따라 영세·중소·대형가맹점으로 구분된다. 현재 영세가맹점의 기준은 연매출 2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은 연매출 2억~3억원, 대형가맹점은 연매출 3억원 이상인 곳이다.

<매출규모별 가맹점 카드 수수료>

<매출규모별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이 중 영세·중소가맹점은 카드 가맹점 우대수수료를 적용받는다. 영세가맹점의 경우 0.8%의 우대수수료가 적용되고 중소가맹점은 1.3%다. 고객이 점포에서 카드로 1만원을 결제한다면 영세가맹점주는 이 중 80원을, 중소가맹점주는 130원을 카드사에 수수료로 내야 한다는 의미다.

반면 대형가맹점의 경우 우대수수료 적용 대상이 아니다. 우대수수료는 말 그대로 영세·중소 자영업자들을 위해 카드사가 제공하는 ‘우대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대형가맹점은 카드사가 지급결제 서비스를 대행해주는 데 드는 원가를 기준으로 ‘적격비용’을 매겨 수수료가 책정된다.

이에 따라 주유소(1.5% 고정)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형가맹점에는 2.0~2.5%의 카드 수수료가 적용된다. 중소가맹점과 비교했을 때 2배가량 높고, 영세가맹점에 적용되는 우대수수료보다는 3배가량 높다.

신규 점포는 '매출실적' 없어 우대수수료 적용 불가  

문제는 새로 문을 연 점포의 경우 전년도 매출실적 자체가 없어 영세·중소·대형 등 가맹점 분류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신규 점포는 창업 초기 일괄적으로 업종별 평균 카드 수수료를 적용받는 이유다. 평균 카드 수수료는 통상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와 비슷한 수준으로, 2.0~2.5% 사이다. 여신금융협회는 전 업종의 평균 수수료를 2.09%로 추정하고 있다.

국세청은 매년 6월 말일과 12월 말일을 기준으로 2차례에 걸쳐 각 가맹점의 매출을 추산한다. 3월에 문을 연 가맹점의 경우 4개월(3~6월)간, 7월에 문을 연 가맹점은 6개월(7~12월)간 매출 규모에 관계없이 2%대의 평균 카드 수수료가 적용된다는 의미다.

"환급제는 초과이익 환수일 뿐" vs "환수하려면 추징도 가능해야"

우대수수료 환급제의 골자는 창업 초기 평균수수료를 적용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이후 매출이 추산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해당 점포가 영세·중소가맹점으로 확인되면 우대수수료가 적용됐을 때를 기준으로 차액을 환급해줘야 한다는 내용이다.

<우대수수료 환급제 시행시 환급액 예시>

<우대수수료 환급제 시행시 환급액 예시>

예를 들어 2017년 4월 1일에 문을 연 A음식점이 6월 말까지 3개월간 48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면 연 매출은 1억9200만원(4800만원*3)으로 추산돼 영세가맹점에 해당된다. 하지만 3~6월 4개월간 우대수수료(0.8%)가 아닌 평균 수수료(2.0%)를 적용해 96만원을 낸 만큼 카드사가 수수료 차액을 환급해줘야 한다. 그 규모는 96만원에서 38.4만원(영세가맹점 우대수수료 적용시)을 뺀 57만6000원이다.

"우대수수료 환급제 시행으로 1000억 수익 감소"  

카드업계에선 매년 약 50만개의 새로운 점포가 문을 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창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중 80% 이상은 영세·중소가맹점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여신금융협회 에 따르면 평균 수수료를 적용받은 신규점포가 추후 우대수수료 적용대상인 영세·중소가맹점으로 확인될 경우 환급해줘야 하는 규모는 연 800억~1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카드업계의 주장은 ‘환급제도를 만든다면 그에 맞게 추징제도도 신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세·중소가맹점에 해당했던 점포가 매출 확대로 대형가맹점이 될 경우엔 기존에 우대수수료를 적용받아 가맹점이 얻은 ‘초과 이익’도 카드사가 추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국세청의 매출 추산 시점이 지난 올해 1월부터 평균 월 매출 3000만원을 기록한 B카페의 경우 이를 연 매출로 환산하면 3억6000만원이 돼 대형가맹점에 해당한다. 하지만 B카페는 지난해 영세가맹점이었기 때문에 우대수수료(0.8%)를 적용받아 올해 1~6월 6개월간 1억8000만원의 매출에 대해 144만원의 수수료만 냈다. 원래대로라면 대형가맹점 수수료(2.0% 기준)인 360만원을 내야 하는데 216만원의 ‘초과 이익’을 본 셈이다. 우대수수료 환급제를 도입하려면 우대수수료 ‘추징제’도 함께 시행해야 앞뒤가 같은 일관된 정책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우대수수료 환급제 둘러싼 공방  

금융위원회는 우대수수료 환급제에 대해 ‘카드사의 희생을 전제로 한 정책이라 카드업계 전반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정기획위의 우대수수료 환급제 검토 요청에 대해 이같은 입장을 전달하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모두발언하는 김진표 위원장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26일 오전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김진표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모두발언하는 김진표 위원장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26일 오전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김진표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국정기획위는 일단 우대수수료 환급제만 시행할 뿐 추징제는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환급제 자체가 영세 자영업자들을 위한 정책인데 추징제가 함께 시행되면 그 의미가 퇴색된다는 주장이다.

우대수수료 환급제는 법을 개정할 필요 없이 금융감독규정 등을 손보는 것만으로 곧장 시행 가능하면서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환호를 받을 수 있어 국정기획위로서는 ‘달콤한 정책’이다. 정부가 따로 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없어 부담 요인도 없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와 영세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정책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국정기획위의 이같은 태도는 자칫 ‘불도저식 정책 추진’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책을 추진할 때 어떤 효과를 발생할 지 고려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동시에 그 과정에서 불합리하게 피해를 보는 당사자는 없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우대수수료 환급제의 경우 분명 자영업자들에게 곧장 피가 되고 살이 될 수 있는 정책이지만 추징 없이 환급제만 시행하는 것은 일관성을 잃은 정책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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