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째 데드라인 마감…카타르 단교 사태 장기전 돌입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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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크 사바 알 아흐마드 알 사바 쿠웨이트 국왕(왼쪽에서 세번째)이 3일 쿠웨이트 시티 바얀궁에서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의 친서를 읽고 있다. 이날 카타르는 쿠웨이트를 통해 단교 4개국이 요구한 단교 해제 조건에 대한 답을 전달했다. [AFP=연합뉴스]

셰이크 사바 알 아흐마드 알 사바 쿠웨이트 국왕(왼쪽에서 세번째)이 3일 쿠웨이트 시티 바얀궁에서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의 친서를 읽고 있다. 이날 카타르는 쿠웨이트를 통해 단교 4개국이 요구한 단교 해제 조건에 대한 답을 전달했다. [AFP=연합뉴스]

카타르와 단교한 사우디아라비아·바레인·이집트·아랍에미리트(UAE) 외무장관이 4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만난다. 단교 철회를 위해 제시한 두 번째 데드라인 직후 갖는 회동이다.

카타르, 단교국에 요구안 수용 여부 전달 #내용 공개 안됐지만 "수용 불가" 가능성 커 #4일 사우디 등 외무장관 회의…대책 논의 #추가 경제 제재 GCC 퇴출 등 논의할 수도 #최대 부국 카타르, 아직 큰 충격 없지만 #단교로 인한 불확실성 장기화 땐 타격

앞서 4개국은 외교관계 복원의 13개 선결 조건을 제시하며 수용 여부를 답하라고 카타르에 통보했다. 13개 조건에는 ^알자지라 방송 폐쇄 ^이란과의 관계 대폭 축소 ^터키와의 군사협력 중단 등이 포함됐다. 최초 시한은 지난 2일 자정이었지만 단교국들은 4일 자정까지 시한을 연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카타르는 중재 역할을 맡은 쿠웨이트를 통해 3일 공식 입장을 전달했다. 구체적인 답변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오후 셰이크 모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외무장관은 “(13개 요구조건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며 비현실적”이라고 재차 비판했다. BBC는 그의 말을 인용하며 “(요구를) 거부했다고 여겨진다”고 전했다.

지난 3일 카타르 국왕의 친서를 읽는 쿠웨이트 국왕(왼쪽에서 네 번째). 왼쪽에서 두 번째는 셰이크 모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외무장관. [AFP=연합뉴스] 

지난 3일 카타르 국왕의 친서를 읽는 쿠웨이트 국왕(왼쪽에서 네 번째). 왼쪽에서 두 번째는 셰이크 모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외무장관. [AFP=연합뉴스]

BBC 보도대로 카타르의 최종 입장이 “수용 불가”라면 단교국들의 압박은 더 거세질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4개국 외무장관 회의는 카타르에 대한 추가 제재를 논의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4개국이 투자 철회 및 자본 회수 등 카타르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강화하고, 걸프협력회의(GCC)에서 방출해 카타르의 외교적 고립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아랍 언론은 군사작전과 카타르 정권 교체도 가능한 옵션이라고 보도했지만, 단교 4개국은 이를 부인했다.

카타르 라스라판에 있는 가스 생산시설. [AP=연합뉴스] 

카타르 라스라판에 있는 가스 생산시설. [AP=연합뉴스]

카타르는 단교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카타르 국영석유회사 카타르 페르롤륨은 향후 5~7년에 걸쳐 액화천연가스(LNG) 생산량을 30% 늘린다고 발표했다. LNG는 카타르가 전 세계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국부(國富)의 원천이다. 증산은 “시장 주도권을 확실히 잡겠다”는 선언이면서, 단교 사태가 LNG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정면 반박이다.

실제 아직까지 카타르에선 단교로 인한 심각한 피해가 눈에 띄지 않는다. 단교국인 UAE에도 여전히 LNG를 공급 중이고, 경제도 그럭저럭 잘 굴러가고 있다.
유일한 육로인 사우디와의 국경이 봉쇄돼 식품과 생필품 공급에 어려움은 있지만, 막대한 자금력으로 이를 헤쳐나가고 있다.
지난 2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영공이 막혀 우회 운항 중인 카타르항공은 매일 8편의 화물기를 증편해 과일·채소·육류 등 신선식품을 도하로 실어나른다. 항공사는 화물 운송을 위해 항공기를 추가 주문했다.
카타르 정부 관계자는 “자금은 우리가 충분히 댈 수 있다. 돈은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언제 해소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은 불안 요인이다.
5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카타르의 신용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은 Aa3다. 무디스는 “카타르와 다른 중동 국가 간 분쟁이 계속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재정적 위험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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