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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94년 사건후 거덜난 O.J.심슨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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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1994년 아내와 그 정부를 살해한 혐의로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전 미국 미식축구 스타 O J 심슨(57)이 최근 플레이보이와 4시간 동안 한 인터뷰(10월호 게재 예정)를 통해 사건 이후의 삶을 공개했다.

사건 당시 그는 형사재판에서는 스타급 변호인단의 활약으로 '기적적인' 무죄 평결을 받았으나 97년 민사소송에서는 희생자 가족에게 3천3백만달러의 보상금을 지불하라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여기에 막대한 변호사 비용(1천만달러)까지 더해져 그는 사실상 파산했다.

그는 이후 자택과 공식적인 재산을 모두 처분한 뒤 언론을 피해가며 미국 로스앤젤레스 교외에서 지냈다. 2000년에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세간의 관심에서 거의 멀어졌다. 이번 인터뷰에서 그는 "딸(17)과 아들(14)을 학교.축구장으로 태워다주고 시간이 나면 골프를 치며 평범하게 산다"고 밝혔다.

그동안 스포츠캐스터 등 직업을 가질 기회도 많았지만 소득이 생겨도 아직 갚지 못한 보상금으로 차압되기 때문에 아예 돈 벌 생각은 않고 지냈다고 했다.

현재 그의 수입은 미식축구선수 시절 들어놓은 연금에서 나오는 연 30만달러. 연금은 차압당하지 않는다.

그는 '빼돌려 놓았던' 돈 57만달러로 스페인식 저택을 구입했는데 플로리다주법상 이 집도 압류대상이 되지 않아 마음놓고 있다. 한때 플로리다 경찰이 마약혐의로 전화를 도청하고 집앞에 감시카메라까지 설치해 그는 나름대로 고통도 겪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이웃이 그를 따뜻하게 대해준다고 한다. 그는 특히 골프장.식당 등에서 만나는 중년 여성들에게는 여전히 인기가 있다고 자랑했다.

심슨은 최근에는 '제2의 심슨 사건'으로 불리는 스콧 패터슨 사건(2002년 임신한 아내를 살해한 혐의)의 재판 과정을 흥미롭게 보고 있으며, 변호인단의 응수 방법이 너무나 답답해 "때로는 그들에게 충고해주고 싶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자신은 여전히 무죄라고 주장한 그는 패터슨에 대해서는 '재판에 관계없이 실제로는 범인일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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