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기 왕위전] 의문과 경악에 휩싸인 이창호의 종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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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제37기 왕위전 도전5번기 제2국
[제10보 (205~230)]
白.도전자 曺薰鉉 9단 | 黑.왕위 李昌鎬 9단

조훈현이란 사람은 참 대단하다. 그의 집념에 이창호의 철옹성도 끝내 녹아내리고 있다.

고수들의 바둑은 집중력의 싸움이다. 집중력을 방해하는 것은 많다. 상대의 사소한 몸놀림이나 소리 등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사들은 바로 그 민감성 때문에 자멸하곤 한다. 입신의 경지에 이른 고수들도 '열받아서'무너지는 경우는 허다하다.

대국장의 주변 상황 말고 형세가 주는 상심이나 좌절, 방심, 억울함이나 후회 등도 집중력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曺9단은 그러나 정신적.물리적 양면에서 최악의 상황에 처했음에도 탱크처럼 밀고들어가 '돌부처'를 격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205를 보며 김성룡7단이 깜짝 놀란다. 이 패는 지는 날엔 굉장한 손해다. 그런데 한집을 천금같이 여기는 李9단이 무사무시한 손해를 감수하며 패를 건 것이다.

그리고 그 패의 목적이 겨우 207에 있다는 사실에 김성룡은 다시한번 놀랜다. 어쩌면 그가 진짜 놀라는 것은 이 수순의 이면에서 느껴지는 '이창호의 격렬성'때문일지도 모른다.

208로 따내며 曺9단도 약간 흥분한 모습이다. "이게 웬 떡인가 싶을겁니다"고 누군가 말한다. 흑이 A에 젖히면 백은 206에 따내야 한다.

이건 흑의 권리다. 그것이 거꾸로 208까지 되고 말았으니 흑은 자진해서 3집은 헌상했다. 또 전보의 흑▲는 공배수로 변했다.

209에서 김성룡은 또 놀랜다. 그는 오늘 깜짝깜짝 놀라는 게 일과다. 이수는 "이제야말로 B에 끊는 대패를 결행하겠다"는 위협이다. 이 위협을 얻기 위해 그 많은 손해를 감수했단 말인가.

曺9단은 이 위협에 210으로 반격하여 거꾸로 하변 흑을 위협했고 여기서 흑의 다음 수가 다시한번 관전자들을 놀라게 한다.

李9단은 211로 빠져 살아둔 것이다. 그렇다면 李9단이 207의 패에 그토록 집착한 이유는 무엇일까. 207의 패를 이겨 얻은 것은 무엇일까. 검토실의 프로들은 "모르겠다. 나중에 좀더 생각해봐야겠다"고 말한다.

212는 약간 느슨했고 흑이 213을 둘수 있었던 것은 천만다행.그럼에도 검토실에는 '반집승부' 라는 설이 나돌기 시작했다. (218=?의 곳)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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