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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탐사는 과학기술 도약의 계기이면서 국제정치 리더십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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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융합기술연구센터장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융합기술연구센터장

유인 화성탐사의 허와 실

세계 각국, 화성탐사에 이주 계획까지 내놓고 있지만 #화성 이주보다는 지속가능한 지구 만드는데 더 신경써야 #인류 대재앙 피해 타 행성 이주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최근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2020년대부터 화성에 사람을 보내 100만 명이 사는 행성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함께 공개된 화성 이주용 로켓과 우주선 영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공유되며 큰 관심을 끌었다. 미국 정부도 유인 화성 탐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항공우주국(NASA)의 내년도 예산(195억 달러)을 승인하면서 2033년 화성에 사람을 보내겠다고 천명했다.

인간의 화성 거주는 정말 그럴듯하다. 그러나 본질적인 의문이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지구를 두고 화성에 가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제2의 지구를 만드는 일은 과연 가능한 것인가. 화성 이주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지구의 유한성을 강조한다. 황폐해질 지구를 대체할 행성을 찾아야 한다는 논리다. 세계적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대표적이다. 기후변화·인구과잉·전염병·소행성 충돌처럼 인류가 맞닥뜨릴 수 있는 대재앙을 피해 타 행성 이주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지구에서 오래 살 궁리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주장도 있다. 과학기술 발전과 함께 재앙 대처 능력이 향상되므로 화성 아주 보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드는데 더 신경 쓰는 게 낫다는 것이다. 기술적으로만 본다면 향후 50년 내에 100만 명의 화성 거주는 어려워 보인다. 당장 생존이 문제다. 성인  한 명이 하루에 산소 0.9㎏, 물 27㎏, 음식 0.6㎏ 등 총 28.5㎏정도를 소비해야 한다. 100만 명의 생존을 위해서는 1년에 1000만t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정도면 지구로부터의 수송도, 현지 생산도 어렵다.

사회문화적 욕구도 많은 제약이 따른다. 종교·스포츠·문화 활동 등은 제한될 것이다. 우주방사선·초미세먼지, 진공에 가까운 대기압 등 생명 위해 요소도 크다. 이를 감내할 타당성을 내세우기는 어렵다. 현재로서는 소규모 탐사대의 헌신적인 도전 정도가 철학적·경제적인 명분을 가질 수 있다.

그렇다면 유인 화성 탐사는 무의미한 일인가. 아니다. 화성은 인간이 도전해야 할 아주 현실적인 탐사 대상이다. 소규모 유인 화성 탐사 기술은 거의 완성 단계에 있다. 유인 화성 탐사는 주로 지구 궤도에서 이뤄져 온 인간의 우주 활동이 극적으로 확장될 계기가 될 것이다. 인류는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새로운 영역에 진출할 것이고, 무궁무진한 새로움을 만날 것이다. 외계 생명체의 흔적을 찾고자 하는 노력도 그런 일환이다.

국제정치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미국이 노리는 수는 기술 발전과 과학적 접근에만 있지 않다. 미국의 우주개발 전략에는 유인 화성탐사를 미국 주도의 국제협력으로 추진한다고 되어 있다. 자국이 주도해 온 우주개발 리더십을 더 확대하고 나아가 군사·정치적 리더십도 강화하겠다는 수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유인 화성 탐사는 무척 거대한 사업이다. 미국도 단독 추진보다는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참여와 협력을 원한다. 달 탐사와 한국형 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는 우리는 이미 기술적으로 협력이 가능한 상대다. 미국의 수를 빌려 우리는 국제협력을 확대하고, 우주 개발 영역을 급진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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