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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상식한 사람들이 망쳐버린 '유명해진 일반인'의 비극적 삶

중앙일보

입력

[사진 온라인커뮤니티, SBS 방송화면 캡처]

[사진 온라인커뮤니티, SBS 방송화면 캡처]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좋은 일'로 유명해진 일반인들의 참혹한 뒷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1. 산골 소녀 영자

[사진 온라인커뮤니티]

[사진 온라인커뮤니티]

2000년 KBS '인간극장'에 출연한 이영자씨는 문명에서 떨어진 채 삼척시 한 산골 마을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살았다. 방송출연 이후 이동통신업체의 광고 모델이 되는 등 명성을 얻었고, 후원자 덕에 검정고시를 준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유명해지자 범죄의 표적이 됐다. 방송 출연료와 후원금을 노린 강도가 이영자씨가 집을 비운 사이 그의 아버지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것이다. 당시 범인이 손에 넣은 것은 고작 10여만원뿐이었다.

세상에 나오려고 했던 산골 소녀는 이 사건으로 인해 다시 세상을 등지고 비구니가 됐다.

2. 맨발의 기봉이

[사진 온라인커뮤니티]

[사진 온라인커뮤니티]

지적장애 1급 장애인 마라토너이자 효자로 알려진 엄기봉 씨는 영화 '맨발의 기봉이'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다. 이 영화가 300만명의 관객몰이를 하는 등 인기를 얻자 그 역시 후원금 논란에 휩싸였다.

2007년 MBC 'PD수첩'에서는 엄기봉 씨가 방송 및 영화, 각종 후원행사에서 받은 돈이 횡령됐다는 제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 의혹의 화살은 법정대리인 및 후견인으로 엄기봉씨를 보살핀 마을 이장으로 향해 있었다. 그러나 'PD수첩'은 후원금의 행방을 추적하던 중 제보자인 여동생의 후원금 사용 문제를 제기했다. 치매에 걸리지 않은 어머니를 노인요양원에 모시고 어머니 통장에서 석 달 간 1300만원을 인출하는 등의 모습이 확인된 것.

결국 엄기봉 씨와 그의 어머니를 위한 후원금이 적절히 쓰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사실을 접한 사람들은 돈 때문에 얼룩진 그의 삶에 참담함을 감추지 못했다.

3. 워낭소리

[사진 영화 '워낭소리' 스틸컷]

[사진 영화 '워낭소리' 스틸컷]

2009년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워낭소리'의 주인공인 두 노부부 역시 유명해진 뒤 고통을 호소했다.

'워낭소리'의 제작진은 블로그에 "할머니, 할아버지의 일상이 많이 흐트러지고 있다"며 "얼마전 경북 봉화마을을 찾았을 때, 할아버지가 저희를 보자마자 굉장히 화를 많이 내셨다"고 밝혔다.

이어 "아무런 연락도 없이 찾아와서 할아버지의 사진을 찍고, 찍지 말라고 해도 막무가내로 집안으로 쳐들어와서 무턱대고 사진을 촬영하시는 분들이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장난전화가 오는 가 하면 무턱대고 찾아와서 취재요청을 한다고 한다"며 "두 분의 일상이 훼손되는 것 만은 자제해 주시기 바란다. 차라리 영화를 내일 당장 상영중지를 시켰으면 시켰지, 두 분의 일상이 어긋나는 것은 정말 못보겠다"고 말했다.

4. 골동품 기부왕

[사진 온라인커뮤니티]

[사진 온라인커뮤니티]

2015년 SBS '궁금한 이야기 Y'에는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돼버린 골동품 수집가의 사연이 소개됐다.

히틀러의 육성이 담긴 녹음기, 나폴레옹 시대의 총기류 등 4400여점의 골동품을 소유한 남기석 씨는 젊은 시절 독일에서 골동품상을 하다 독일 고위관리의 유품 전부를 낙찰받는 행운을 얻었다.

이후 그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서구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신의 수집품을 청주시에 기증했다. 그러나 그가 기증한 물품 중 36점이 관리 소홀로 인해 사라지게 됐다.

청주시는 이에 대해 "문제의 심각성은 알고 있으나, 시간이 많이 지났고 담당 공무원이 바뀌어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남기석 씨는 당시 단칸방에서 살고 있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돼 보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매일 아침 교통지도를 하며 버는 20만원이 유일한 수입이었다.

이희주 인턴기자 lee.hee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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