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7만 마리.’
국내에서 신약 개발 등 각종 실험을 위해 희생당하는 동물 수다. 쥐ㆍ돼지에서부터 원숭이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인간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인간 아닌 수많은 생명체가 어쩔 수 없이 목숨을 버린다.
표준과학연구원, 비접촉식 자기신호 측정장치 개발 #동물 희생 최소화하면서 측정 정확도는 최대화 #기존 뇌파 측정은 두개골 부분 제거 전극 삽입해야
이런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생체신호센터 연구팀은 28일 비접촉 방식으로 실험용 쥐의 뇌와 심장의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소(小)동물 생체자기 측정장치’를 초전도 양자 간섭 소자(SQUID)를 이용해 개발했다고 밝혔다.
SQUID(Superconducting Quantum Interference Device)란 초전도 현상을 이용한 자기장 정밀 측정 소자를 말한다. SQUID 센서는 인류가 개발한 자기장 측정 장치 중 가장 감도가 높다. 지구 자기장 100억 분의 1세기까지도 측정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장치를 통해 두개골을 수술하지 않고 실험용 쥐의 뇌자도(腦磁圖)를 측정함에 따라, 희생 없이 한 개체에서의 변화를 연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뇌자도란 뇌파가 발생시키는 자기장을 말한다. 자기장은 두개골이나 피부, 뇌 등에 투명하므로 수술 없이도 정확한 신호를 얻을 수 있다.
생체신호센터의 김기웅 센터장은 “이번 기술로 동물의 희생은 최소화하면서 측정의 정확도는 최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며 “동물실험뿐만 아니라 급증하는 애완동물 시장에서 동물의 뇌 및 심장질환을 진단하는 기기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표준과학연구원이 측정장치가 모든 동물실험에서 가능한 것은 아니다. 뇌ㆍ심장 등 센서 통해 신호 측정하는 방식에 이용할 수 있다.
실험용 쥐는 유전자나 장기의 구조가 사람과 비슷해 전 세계 동물실험의 97% 이상에 활용된다. 기존의 뇌파 측정실험의 경우 수술로 실험용 쥐의 두개골 윗부분을 제거한 뒤 뇌에 전극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실험실에서 희생되는 쥐에 대한 생명윤리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데다, 시간이 지나면서 실험값이 달라질 수 있어 정확성도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지난 2월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발표한 ‘2016년 동물실험실태’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하루 평균 8000마리, 연간 약 280만 마리의 동물들이 실험에 동원된다. 또 실험에 사용된 동물의 3분의1이 마취제 사용 없는 극단적인 고통과 통증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