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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신경전' 벌인 존 햄리 CSIS 소장과 임혁백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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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햄리 CSIS 소장이 2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중앙일보-CSIS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존 햄리 CSIS 소장이2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중앙일보-CSIS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6일 ‘중앙일보-CSIS 포럼 2017’에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를 두고 존 햄리 CSIS 소장 겸 CEO와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 간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중앙일보-CSIS 포럼 이모저모 #임 교수 “사드는 미국과 중국 문제”지적에 #햄리 소장 "중국 선전에 설득 당해" 응수

임 교수가 “사드는 한국과 중국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문제”라고 말문을 열었다. 임 교수는 “중국은 사드의 레이더가 중국 전역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이유로 배치를 반대하고 있다”면서 “사드 배치가 중국의 핵심 안보 이해관계를 위협한다면 미국과 중국이 어떤 타협이나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햄리 소장은 “교수님께서 중국의 프로파간다(선전)에 설득당하신 것 같다”면서 “사드 레이더는 북쪽을 향하고 있으며 중국을 향하지 않는다. 사드가 중국의 미사일 역량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은 중국이 한국을 공격하는 경우 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현재 사드 레이더가 중국 본토에 도달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걱정하는 것은 향후 미국에서 더 발전된 장비를 배치할 것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한·미 서로를 향한 ‘고언’도 나왔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는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과 관련, “미국은 물론 6자회담 참가국들과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남북관계 발전 전략은 효과를 볼 수 없으며 오히려 북한 비핵화를 저해할 수도 있다”며 “특히 한·미 간에는 긴밀한, 이음새 없는 일상적 조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6일 열린 중앙일보-CSIS 포럼에 참석한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 김성룡 기자

26일 열린 중앙일보-CSIS 포럼에 참석한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 김성룡 기자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할 때 10년 동안 70만 개의 일자리를 약속했다”며 “이는 동맹을 이어 가는 건강한 방식은 아니다. 이런 경향이 유지된다면 동맹의 질 자체가 약화하고, 회복력도 약해지고, 동맹이 외부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오찬 연설은 강 장관 취임 후 가진 첫 정책연설인 만큼 국내외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강 장관은 최근 일부 언론과 학계에서 제기하는 ‘한·미 간 대북정책 의견 차’에 대한 지적을 의식한 듯 ^개성공단 재개 ^북한 인권 문제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견해를 상세하게 밝히며 한·미 엇박자 논란 해소에 공을 들였다.

강 장관은 부친이 6·25전쟁 당시 피란민이었다는 점을 소개하며 “당시 용기 있는 미국의 참전용사들이 우리를 위해 싸우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또 “햄리 소장이 워싱턴의 한국 식당을 즐겨 찾고 관료들에게도 소개한 것으로 안다. 그의 음식 취향은 다양한 한국 음식을 맛보면서 더욱 더 발전해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설 초안은 강 장관의 보좌진이 작성했지만, 강 장관의 부친 이야기나 햄리 소장의 취향 등 소프트한 소재는 강 장관이 직접 챙겼다는 후문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6일 중앙일보-CSIS 포럼에서 오찬사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6일중앙일보-CSIS 포럼에서 오찬사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오찬에는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 이홍구 전 국무총리, 사공일 중앙일보 고문,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 유럽연합(EU)대사, 류진 풍산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앞서 이날 오전 전직 주미대사 자격으로 문 대통령을 75분간 만난 홍석현 이사장은 건배사에서 “문 대통령은 진심을 담아 방미를 준비하고 있고, 무엇보다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다”면서 “더 강력한 한·미 동맹과 성공정인 한·미 정상회담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올 포럼은 일찌감치 참석자가 마감됐다. 나가미네 대사, 라이터러 대사, 페트르 안도노부 주한 불가리아대사 등이 개인 자격으로 참석해 포럼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라이터러 대사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많은 시도를 해봤지만 아직 해답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적절한 시기에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는 데 이번 포럼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설영 기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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