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재출마가 가져올 여권의 나비효과? 이재명도 의원들도 묶여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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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 도전이냐, 국회 입성이냐. 박원순 서울시장의 고민이 깊어지면서 정치권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박 시장은 서울시장 3선 도전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지만 여의도행도 여전히 검토 중이라고 한다. 경선에도 나가지 못했던 지난 대선 과정을 통해 세(勢) 부족과 ‘여의도 정치’의 중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2일 우호교류 협약 체결을 위한 홍성군을 방문한 자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22일 우호교류 협약 체결을 위한 홍성군을 방문한 자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선거가 1년 가까이 남았지만 정치권이 박 시장의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는 여권발 ‘나비효과’로 이어질 가능성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그가 어느 곳으로 가느냐에 따라 대선 후보군을 비롯해 서울ㆍ경기지사에 나서는 당 중진들의 이동 궤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박 시장이 3선을 포기할 경우 민주당의 서울시장 출마티켓은 서울이 지역구인 중진들의 각축장이 되리라는 전망이 많았다. 추미애(5선ㆍ광진을) 대표를 비롯해 박영선(4선ㆍ구로을), 우상호(3선ㆍ서대문갑), 이인영(3선ㆍ구로갑) 의원 등의 이름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된다. 박 시장은 이중 경선에서 승리한 의원의 지역구에 보궐선거로 출마한다는 시나리오도 함께 나왔다. 선거법에 따르면 지방선거에 출마할 경우 지방선거 30일 전까지는 그만둬야 하는데다 당에서도 '자리'를 보장해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3일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장 찾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23일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장 찾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그런데 이재명 성남시장의 행보도 변수로 떠올랐다. 이 시장은 22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박 시장이 3선에 도전하면 (서울시장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반대로 박 시장이 3선을 포기하면 서울시장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피력한 셈이다. 하지만 이 시장이 서울시장 경선에서 승리하면 당초 빈 지역구를 통해 국회 입성하려던 박 시장으로서는 갈 곳이 마땅치 않게 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이재명 성남시장(오른쪽) [중앙포토]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이재명 성남시장(오른쪽) [중앙포토]

반대로 박 시장이 3선에 도전하면 이 시장은 경기지사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 이 시장도 인터뷰에서 ‘박 시장이 3선에 도전하면 경기지사로 조정 할 것이냐’는 질문에 “조정이 아니고 선택지가 많이 없어질 것”이라며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별로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실상 경기지사 외엔 고려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때문에 경기지사 출마를 준비하는 이종걸 의원, 최성 고양시장 측은 내심 이 시장의 서울행을 원하고 있다고 한다. 여권의 '나비효과' 공식에서 ‘상수(常數)’가 박 시장이라면 이 시장은 강력한 ‘변수(變數)’가 된 것이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22일 오전 충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가뭄극복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희정 충남지사가 22일 오전 충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가뭄극복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안희정 충남지사도 17일 경선 당시 마크맨(전담 취재기자)들을 충남 홍성의 관저로 초대해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등 기지개를 켰다.그는 향후 행보에 대해 “나를 필요로하는 곳에 가겠다. 모두가 원하는, 가려고 달려드는 곳에는 가고 싶지 않다”며 “연말연초 상황을 봐서 가장 힘든 곳으로 가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발언을 놓고는 "충남지사에 다시 나오기 보다 내년 지방선거와 같이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에서 여권의 험지(險地)로 분류되는 곳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에선 “안철수 후보가 사퇴한 서울 노원병이나 수도권 지역 중 한국당 현역의원이 지방선거에 출마해 발생한 공석을 노릴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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