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도전이냐, 국회 입성이냐. 박원순 서울시장의 고민이 깊어지면서 정치권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박 시장은 서울시장 3선 도전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지만 여의도행도 여전히 검토 중이라고 한다. 경선에도 나가지 못했던 지난 대선 과정을 통해 세(勢) 부족과 ‘여의도 정치’의 중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가 1년 가까이 남았지만 정치권이 박 시장의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는 여권발 ‘나비효과’로 이어질 가능성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그가 어느 곳으로 가느냐에 따라 대선 후보군을 비롯해 서울ㆍ경기지사에 나서는 당 중진들의 이동 궤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박 시장이 3선을 포기할 경우 민주당의 서울시장 출마티켓은 서울이 지역구인 중진들의 각축장이 되리라는 전망이 많았다. 추미애(5선ㆍ광진을) 대표를 비롯해 박영선(4선ㆍ구로을), 우상호(3선ㆍ서대문갑), 이인영(3선ㆍ구로갑) 의원 등의 이름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된다. 박 시장은 이중 경선에서 승리한 의원의 지역구에 보궐선거로 출마한다는 시나리오도 함께 나왔다. 선거법에 따르면 지방선거에 출마할 경우 지방선거 30일 전까지는 그만둬야 하는데다 당에서도 '자리'를 보장해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재명 성남시장의 행보도 변수로 떠올랐다. 이 시장은 22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박 시장이 3선에 도전하면 (서울시장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반대로 박 시장이 3선을 포기하면 서울시장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피력한 셈이다. 하지만 이 시장이 서울시장 경선에서 승리하면 당초 빈 지역구를 통해 국회 입성하려던 박 시장으로서는 갈 곳이 마땅치 않게 된다.
반대로 박 시장이 3선에 도전하면 이 시장은 경기지사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 이 시장도 인터뷰에서 ‘박 시장이 3선에 도전하면 경기지사로 조정 할 것이냐’는 질문에 “조정이 아니고 선택지가 많이 없어질 것”이라며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별로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실상 경기지사 외엔 고려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때문에 경기지사 출마를 준비하는 이종걸 의원, 최성 고양시장 측은 내심 이 시장의 서울행을 원하고 있다고 한다. 여권의 '나비효과' 공식에서 ‘상수(常數)’가 박 시장이라면 이 시장은 강력한 ‘변수(變數)’가 된 것이다.
한편 안희정 충남지사도 17일 경선 당시 마크맨(전담 취재기자)들을 충남 홍성의 관저로 초대해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등 기지개를 켰다.그는 향후 행보에 대해 “나를 필요로하는 곳에 가겠다. 모두가 원하는, 가려고 달려드는 곳에는 가고 싶지 않다”며 “연말연초 상황을 봐서 가장 힘든 곳으로 가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발언을 놓고는 "충남지사에 다시 나오기 보다 내년 지방선거와 같이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에서 여권의 험지(險地)로 분류되는 곳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에선 “안철수 후보가 사퇴한 서울 노원병이나 수도권 지역 중 한국당 현역의원이 지방선거에 출마해 발생한 공석을 노릴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