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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죽음의 신’과 계약 맺은 26세 조각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조각가
스콧 맥클라우드 지음
김마림 옮김, 미메시스
496쪽, 2만5000원

카이사르(기원전 100년께~44)가 자신을 죽이려는 공화파의 암살 음모를 알았다는 설에 따르면 그가 죽음을 선택한 이유는 역사 속 불멸의 존재가 되기 위해서 였다. 『조각가』는 불멸의 작품을 남기기 위해 ‘죽음의 신’과 ‘파우스트적 계약’을 맺는 26세 가난한 조각가 데이비드 스미스 이야기다. 이 만화의 작가는 『만화의 이해』 『만화의 미래』로 유명한 스콧 맥클라우드다. 5년 걸린 작품이다. 맥클라우드는 고치고 또 고쳤다.

계약에 따라 데이비드는 200일밖에 더 살지 못한다. 대신 손으로 순식간에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모든 재료를 자기 뜻대로 형상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초능력’은 그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데이비드는 이렇게 묻는다. “내 접근 방식이나 방법 혹은 철학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본질적이고 기본적인 문제. 대체 그게 뭘까!”

하루하루 덧없이 시간이 흘러간다. 답이 떠오르지 않는 가운데 데이비드는 ‘설상가상’으로 사랑에 빠진다. 조울병 증세가 있는 메그가 천사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모든 게 다 잘 될거야”라고 속삭이는 메그는 데이비드에게 구원자다.

절망·원칙·약속·사랑·운명이라는 무거운 테마들이 뉴욕을 배경으로 숨가쁘게 펼쳐진다. 치열한 경쟁 끝에 소니가 영화 판권을 따냈다. 볼거리가 많은 영화가 될 듯 하다.

김환영 논설위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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