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4일 예정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반대 집회 주최 측에 미국대사관 인근을 20분 안에 통과하라고 결정했다. 경찰의 대사관 인근 집회 금지 방침에 제동을 거는 동시에 주최 측에도 시간 제약을 한 ‘제한적 허용’이다.
뒷길 행진 전면 금지는 표현의 자유 제한 판단 #美대사관 직원 출입 어려움 등 고려해 #오후 4시~8시 사이, 20분 안에 통과 결정
서울행정법원은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전국행동) 등이 서울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집회금지 통고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이같이 결정했다. 법원 결정에 따라 전국행동 측은 ‘종로소방서 우측 → 종로1길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좌측 → 사직로8길 → 세종대로’ 구간을 24일 오후 4시부터 8시 사이에 한 차례에 한 해 20분 이내에 통과해야 한다.
법원은 미 대사관 뒷길 행진 전면 금지하는 경찰의 판단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법원은 결정문을 통해 “(주최 측이) 미국대사관에 어떠한 위해를 가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어 보이고, 질서유지인 300명을 두어 평화적으로 이 사건 집회를 개최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종전의 사드 배치 반대집회 역시 별 문제 없이 평화적
으로 진행되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행진을 허용하더라도 미국대사관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제한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행진을 제한 없이 허용하면 종로소방서(세종로119안전센터)의 기동로가 방해 받아 긴급출동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고, 제1경로 쪽에 위치한 미국대사관의 출입문까지 이 사건 집회 구간에 포함돼 대사관 직원들의 출입이 곤란해질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시간 제한 이유를 밝혔다. 또 “표현의 자유는 신속하고 1회적인 방법으로 제1경로를 통과하는 것으로도 달성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국행동 측은 당초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6000여명이 모여 미 대사관을 포위하는 형태 ‘인간 띠잇기’ 행사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대사관 앞길 상위 3개 차로 행진만 허용하고 대사관 뒷길 행진은 제한 통고했다. '인간 띠잇기'가 외교기관에 해당하는 미 대사관의 기능과 안녕을 침해할 우려 때문이었다. 집시법 제11조는 국회·청와대·국무총리 공관·국내 주재 외교기관 등 주요 공공기관 경계 100m 이내에서 집회·시위 개최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전국행동 측은 이에 반발해 22일 서울행정법원에 경찰의 금지 통고를 집행정지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한영익·김선미 기자 hanyi@joongna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