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회 어이없는 '돈뜯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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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유명 브랜드 상표를 강제로 팔고, 투투비란 이상한 명목으로 돈을 빼앗고, 앵벌이도 시키고…."

22일 충북경찰청에 자진 신고한 이 지역의 중학교 일진회 회원들이 밝힌 어이없는 '돈 뜯기' 방법들이다.

충북 청주지역 15개 중학교 학생 245명이 만든 이 일진회는 이 같은 수법으로 학생들에게서 돈을 빼앗아 온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남학생 197명과 여학생 48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15개 학교에서 싸움.운동.공부 등을 잘하는 학생들이라고 한다.

이들은 이 돈을 단합대회 비용 등으로 쓰고, 후배 학생들을 회원으로 가입시키기 위한 활동비로도 사용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우선 표 강매는 유명 스포츠 브랜드 제품 등에 붙은 상표를 뜯어내 학생들에게 강제로 파는 것이다.

상급생의 지시에 따라 후배 일진들이 일반 학생의 가방이나 옷에 붙은 유명 브랜드의 로고를 뜯어 모은 뒤 이를 다른 학생들에게 강제로 파는 것이다. 로고 한 개에 2000~5000원을 받고 팔아 수만원을 모은 뒤 이를 다시 선배들에게 상납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투투비는 선배가 이성 친구와 만난 지 22일째를 기념해 돈을 바치는 것이라고 한다. 중3 일진은 일반 학생을 상대로 수만~수십만원을 거둔 뒤 이 돈으로 이성 친구와 유흥비로 탕진한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왜 22일째를 기념하는지에 대해서는 학생들도 잘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앵벌이는 선배들이 서열이 낮은 일진회 회원들에게 어른들을 상대로 구걸하게 하는 수법.

힘이 약한 학생들은 버스정류장 등에서 나이 많은 할머니 등에게 접근해 "차비를 달라"며 500~1000원을 받아 선배들에게 건넨다는 것이다.

'삥뜯기'는 힘없는 학생들에게 겁을 줘서 돈을 뜯어내는 고전적인 방법이다.

최근 강원도에서 적발된 한 학생은 이 같은 방법으로 자신의 은행 계좌를 통해 후배들에게서 6개월간 250만원을 받기도 했다.

서울 북부경찰서에 적발된 일진회 22명은 후배 학생들이 돈을 빼앗아 선배에게 바치는 상납 구조를 갖췄다.

서울 창동 일대 6개 학교가 모인 이 일진회의 이모(15.고1)군 등 3명은 지난해 7월부터 12차례에 걸쳐 57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이군 등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학생들은 자신의 후배 등을 상대로 15만원을 빼앗은 뒤 자신들의 돈까지 합쳐 이군에게 바쳤다고 경찰은 밝혔다.

인천경찰청에 자수한 25개 중학교 학생 137명으로 구성된 한 일진회는 다른 지역 연합과의 싸움 등에 대비해 문자메시지 등으로 연락망을 유지해 왔고, 상납 등을 거부하는 학생은 집단 폭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도 다른 일진회와 비슷한 방법으로 돈을 갈취해 왔다고 밝혔다.

김승현.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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