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스 “북핵 위협 앞 사드 늦추는 한국 정부 이해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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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수파의 대표적인 외교 전문가인 리처드 하스(사진) 외교협회(CFR) 회장이 20일 “북한이 지금 하고 있는 일(핵·미사일 개발)에 직면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늦추려고 하는 논리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외교 스승’ 한국서 특강

방한 중인 하스 회장은 이날 오후 한국고등교육재단 초청 특별강연에서 “(사드 배치를 늦추는 것이)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도(misinterpreted by North Korea) 걱정스럽다”며 이처럼 답했다. 그는 “하지만 이는 한국이 결정해야 할 문제이며 미국과 협의를 해야 할 문제”란 말도 했다.

그의 발언을 두고 “정부의 사드 배치 지연 결정에 대한 워싱턴 조야의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스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안보 인사 중 유일하게 “존경하고 좋아하는 스승”이라고 표현한 인물이다.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행정부에서 중동정책 선임보좌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선 국무부 정책실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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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스 회장은 “북한이 지금 핵·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 것, 또 잠재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볼 때 사드 배치는 완전히 정당화된다”며 배치 정당성도 강조했다. 중국의 반발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 이는 중국이 아니라 북한 제어를 위한 것으로 미국이 중국을 노렸다면 벌써 몇 년 전에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사드 배치가 불만이라면 중국은 북한에 더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1994년 당시 영변 핵시설 폭격을 주장했던 하스 회장은 “당시 무력 행사를 하지 않은 것을 잘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무력 사용을 하지 않아서 지금처럼 이상적이지 못한 상황이 됐다고 말할 수는 있다”며 “차악이지만 환경을 조성해 협상을 진행하고 북핵 능력에 어느 정도의 상한선을 긋는 방법이 있다. 물론 외교적 수단을 최선을 다해 썼는데도 안 됐다면 다른 방법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에 군사 행동을 취했듯 레드라인을 넘으면 분명히 행동해야 한다”며 “북한의 행동 변화가 있어야 하고 (협상에) 기한을 정해야 한다. 북한에 핵·미사일 개발 시간을 벌어줘선 안 된다”고 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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