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귀국해 19일(현지시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는 북한에 억류돼 있는 동안 어떻게 지냈을까.
2012년 입북, 735일 억류된 케네스 배 # 웜비어와 같은 15년 노동교화형 받아 # 독방에 갇혀 매일 10시간, 주 6일 노동 #"구타·고문 같은 신체 가혹행위는 없어"
웜비어가 미국에 송환된 직후인 지난 14일 영국의 BBC는 북한의 감옥 생활에 대해 보도했다. 방송은 북한 감옥에 대해 “극심한 고립과 무력감의 복합적 감정이 지배하는 곳”이라고 묘사했다.
BBC는 2012년 11월 북한에 입국했다 반공화 적대범죄 행위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던 케네스 배의 경험으로 웜비어가 처했던 상황을 미루어볼 수 있다며 그의 회고록 내용을 소개했다. 735일만에 풀려났던 케네스 배는 『잊지 않았다(원제 Not forgotten:The True Story of My Imprisonment in North Korea)』를 출간해 수형생활의 경험을 털어놓았다(위 영상은 지난 2014년 미국으로 송환된 미국인 케네스 배와 매튜 밀러). 웜비어도 지난해 초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케네스 배에 따르면 처음 4주 동안 그는 매일 아침 8시부터 밤 10~11시까지 심문을 받았다. 엄청난 압박감 속에 북한 당국자가 요구하는 참회서를 수백 쪽씩 써야 했다. 심문 기간이 끝난 뒤엔 주 6일씩 노동을 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기도한 뒤 오전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하루 10시간씩 고된 노동이 이어졌다. 그는 “돌을 나르고 석탄을 캤다”고 썼다.
북한에 체류하면서 그의 체중은 27㎏이 줄었다. 결국 웜비어와 마찬가지로 심각하게 건강이 훼손된 뒤에야 그는 북한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케네스 배는 “심문관은 ‘누구도 너를 기억하지 않는다. 너네 정부는 너를 잊었다. 15년 간 여기 있어야 하고, 60세가 넘으면 집에 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반복적으로 말했다“고 했다. 그는 “거미줄에 걸린 벌레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고 당신의 심정을 털어놨다.
그에 따르면 그가 갇혀있던 독방엔 침대와 화장실이 딸려 있었다. 그는 “북한인 수형자보다는 훨씬 좋은 조건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타나 고문 등 신체적 가혹행위를 당한 적도 없다고 했다. 그의 건강이 극도로 나빠진 것은 당뇨와 고혈압 등 지병이 악화된 탓이 컸다.
BBC는 “케네스 배의 사례가 웜비어와 얼마나 비슷한지는 알 수 없다”며 “그러나 만약 웜비어에게 신체적 폭력이 가해졌다면 강경 대처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박이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