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盧대통령 취임 6개월 국정 시스템 점검] 'TF 공화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참여정부는 'TF(특별위원회) 공화국'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우선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가 3개(정부혁신.지방분권위, 국가균형발전위,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나 된다. 위원장은 모두 장관급이다. 청와대 이정우 정책실장 밑에도 빈부격차.차별시정 TF 등 3개의 TF가 있다. 최근 이들 TF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의 순서를 정한 로드맵을 다투어 내놓고 있다.

각 부처에도 TF가 유행이다. 예컨대 출자총액제한제 등 대기업규제 정책은 시장개혁 TF에서 논의 중이다. 이 TF엔 재정경제부.공정거래위.산업자원부와 재계.시민단체.학계 등이 망라돼 있다.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방지책은 별도 TF에서 다룬다. 이미 심각해진 신용불량자 제도를 다루는 TF도 금융감독위원회를 중심으로 최근 구성됐다.

TF의 매력은 특정한 주제를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시켜 효율성을 높이는 데 있지만 워낙 TF가 많다 보니 헷갈리기도 하고,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선 TF가 맡은 과제들이 중복된 경우가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문제는 대통령 직속의 정부혁신위도 다루고, 빈부격차 TF도 연구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힘이 막강해 내각이 위축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삼성전자의 기흥공장 증설 문제가 한 사례다. 재경부와 산자부 등 경제부처는 허용한다는 입장을 정했지만, 국가균형발전위에 제동이 걸려 발표를 못했다.

TF가 제 역할을 못해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기도 한다. 바람직한 노사관계 모델을 짜기로 했던 노동개혁 TF는 출범 6개월이 넘도록 정책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이 과제는 결국 노사정위원회가 맡고 있다.

정부 부처의 TF도 기대했던 만큼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장개혁 TF는 아직 정기국회에 어떤 내용의 대기업정책을 제출할지 결론내지 못했다. 이 TF의 한 관계자는 "각계 인사를 포함해 TF를 구성했지만, 참석자들이 기존 입장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있어 절충점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상렬.김성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