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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약 안 통하면 내시경 수술, 흉터없이 갑상샘 떼 암·재발 걱정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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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위에 심한 갑상샘기능항진증 날씨가 더울수록 힘들어지는 질환이 있다.갑상샘기능항진증이 그중 하나다. 유독 땀이 많이 나고 더위를 못 견디는 증상이 동반돼서다. 몸이 좀 피곤하면 떠올리는 질환이지만 실상은 단순하지 않다. 암으로 진행될 위험도 크고 심하면 사망하기도 한다. 진단·치료법 선택에 따라 삶의 질 격차가 확연히 벌어진다. 대한갑상선학회가 갑상샘기능항진증 진단·치료의 합의안까지 마련한 배경이다. 민병원 갑상선센터 김종민 원장에게 정확한 진단·치료 기준에 대해 들었다.

민병원 김종민 원장이 갑상샘기능항진증의 진단·치료 기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의료진에 따라 환자 삶의 질이 좌우된다. 프리랜서 송경빈

민병원 김종민 원장이 갑상샘기능항진증의 진단·치료 기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의료진에 따라 환자 삶의 질이 좌우된다. 프리랜서 송경빈

갑상샘기능항진증은 알려진 것처럼 갑상샘에서 갑상샘호르몬이 과다 생성·분비되는질환이다. 이로 인한 피로·불안·호흡곤란을비롯해 체중 감소, 수면 부족, 안구 돌출, 탈모, 심박수 증가 등이 대표 증상이다. 초기에는 우선 항갑상샘제로 약물치료를 한다. 약물치료로 낫지 않으면 수술로 갑상샘을 떼어내거나 방사성 요오드를 투여해 갑상샘 세포를 파괴한다. 치료의 기본 골자다. 하지만진료과에 따라 우선하는 치료 방법과 시기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내분비내과·외과·이비인후과·핵의학과가 관련돼 있다. 환자를 위한 최적의 기준이 필요했다. 단순히 가이드라인이 아닌 합의안이 마련된 이유다.

"갑상샘호르몬 과다 분비 탓 #다한증, 피로, 호흡곤란 초래 #갑상샘암 발병 위험 3.2배↑"

 아급성 갑상샘염과 증상 비슷해 주의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진단 기준도 더욱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다. 갑상샘기능항진증은다른 질환으로 혼동하기 쉬운 질환이다. 대표적인 것이 아급성 갑상샘염이다. 보통 감기 등과 같이 상기도 감염 후에 잘 생긴다. 증상이 갑상샘기능항진증과 유사하다. 가슴두근거림, 체중 감소, 손 떨림, 신경과민 등이 그대로 나타난다. 질환 초기 갑상샘에서혈액으로 갑상샘호르몬이 흘러든 결과다.원인에 관계없이 결과적으로 혈액 내 갑상샘호르몬이 증가한 상태를 ‘갑상샘중독증’이라고 하는데, 갑상샘기능항진증 역시 이 중하나다. 김종민 원장은 “아급성 갑상샘염의처음 증상이 갑상샘기능항진증과 똑같다”며 “증상만으로 판단하거나 검사를 소홀히하면 잘못 진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증상은 유사해도 치료는 엄연히 다르다.아급성 갑상샘염은 저절로 회복된다. 여기에 항갑상샘제를 처방하면 오히려 호르몬수치가 급격히 떨어져 갑상샘기능저하증을초래한다. 김 원장은 “실제 우리 병원에 오는환자 중에는 항진증이라는데 검사 결과 저하증인 환자가 있다”고 말했다. 학회 합의안에서 갑상샘호르몬 수치뿐 아니라 TSH(갑상샘자극호르몬), 자가항체 검사 등 다양한검사를 권고하는 이유다.

갑상샘기능항진증 치료는 불을 끄는 것에비유된다. 완치 전에 약물치료를 중단하면다시 재발한다. 재발의 불씨를 완전히 잡아야 하는 것이다. 호르몬 수치는 치료 후 2~3개월이면 정상으로 회복되지만 완치까지는보통 최소 1년 반에서 2년이 걸린다. 약을 끊고 1년이 지나도 재발이 안 돼야 한다. 환자에 따라 완치 기간은 다르다. 경우에 따라선약으로 치료되지 않기도 한다. 3~4년 이상복용 기간이 길어지면 내성이 생기기도 한다. 약에만 의존하다 병을 키울 수 있다.

이땐 수술이 필요하다. 10% 정도는 수술이 필요한 환자다. 김 원장은 “최근 제주도에서 온 환자의 경우 7~8년간 약만 처방 받아 먹다가 갑상샘이 심장 부근까지 커져서왔다”며 “수술을 하고 난 뒤 부었던 목도 가라앉고 정상으로 회복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목에 칼을 대는 수술이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내시경 수술이 일반적이다.흉터가 거의 남지 않는다. 김 원장은 “보통갑상샘 크기가 4㎝ 이하일 때 내시경 수술을 하지만, 그 이상인 것도 가급적 내시경 수술을 하는 편”이라며 “환자에게 흉터가 남아선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병원은12㎝까지 내시경 수술에 성공한 바 있다. 이분야 세계 기록이다.

흉터 거의 안 남고 12㎝짜리까지 제거

약물로 완치가 안 되면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하기도 한다. 수술 위험도가 높은 다른질환이 있거나 기대 수명이 짧은 경우 등 수술이 부적합한 경우에 적용한다. 이를 제외하고는 수술이 가진 장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수술은 완치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방법이다. 재발 우려가 없다. 특히 갑상샘암에 대한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 갑상샘기능항진증 환자의 경우 갑상샘암 발병 위험이일반인의 3.2배에 달한다. 예전에는 수술 후갑상샘을 5g 정도 남기는 것이 원칙이었다.하지만 남아 있는 갑상샘에도 암이 생길 수있다. 이에 따라 갑상샘을 완전히 떼어 내는추세로 바뀌었고, 암에 걸릴 가능성을 차단하게 됐다. 갑상샘기능항진증 재발과 갑상샘암 발생 우려를 한번에 잡는 것이다. 김 원장은 “갑상샘기능항진증 환자는 암 발생 가능성을 무시할 순 없다”며 “수술은 이를 불식하는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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