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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 구조조정·전략 뭐든 조언 … '기업 주치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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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외국계 컨설팅 업체에 다니는 고모(32)씨는 2002년 결혼을 앞두고 뜻밖의 반대에 부닥쳤다고 한다. 처가 식구들이 "이름도 없는 회사에 다니는 사람에게 시집을 보낼수 없다"며 이만 저만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니었다. 고씨가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 대해 아무리 설명해도 끔쩍도 안했다.

고씨는 "직종을 컨설턴트라고 말하니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정말 난감했다"며 웃었다. 그렇다. 경영 컨설턴트는 아직도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직업이다. 컨설턴트는 기업의 경영 전략을 종합적으로 다듬어 주는 일을 한다. 회사의 전열을 재정비 해주고 회사를 팔거나 인수하는 전략도 짜준다. 이들이 일하는 곳이 컨설팅업체다.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컨설팅 업종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외국계 컨설팅 업체들이 이 때 국내에 많이 진출해 국내 기업의 구조조정을 도왔다. 컨설팅 회사들은 주특기에 따라 경영전략과 정보기술(IT) 전문 컨설팅 업체 등으로 나뉜다. 매킨지.베인앤컴퍼니.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이 대표적인 외국계 경영전략 컨설팅 회사다. IBM BCS와 오픈타이드 코리아 등은 IT 컨설팅 업체다. 이들은 기업의 IT 시스템 구축 등을 돕는다.

대부분의 컨설팅 업체들은 일년에 두 번(봄.가을) 대졸자를 뽑는다. 경영학석사학위(MBA) 취득자는 수시로 채용한다. 채용 규모는 회사마다 다르다. 대졸자의 경우 한 번 뽑을 때 보통 5~20명 정도다. 상당수의 컨설팅 업체가 대학에 서 채용 설명회를 한다. 매킨지.베인앤컴퍼니.IBM BCS 등에 매년 1000명 넘게 지원한다. 채용절차는 대개 서류 전형과 면접으로 이뤄진다. 먼저 영문 자기소개서와 이력서 등을 살펴 1차 합격자를 뽑는다. 물론 당락은 면접에서 갈린다. 지원자들은 보통 2~4단계의 면접 과정을 거친다. 면접 단계마다 지원자들은 1~3명의 현직 컨설턴트와 일대일 인터뷰를 한다.

면접관들은 지원자의 ▶논리력 ▶문제해결 능력 ▶인성 ▶의견전달 능력 등을 평가한다. 면접관이 구체적인 사례를 지원자에게 주고 해결 방법을 묻기도 한다. 이를테면 '20층 짜리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6개가 있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는데 시간이 얼만큼 걸리겠느냐', '외국계 자본이 국내 은행을 인수했다. 인수 은행의 자산가치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냐'는 등 실전과 같은 질문이 쏟아진다. 한국 IBM BCS 강혜진 차장은 "꼭 정답을 말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이 논리적이면 된다"고 말했다. 인성 테스트에서는 자기 표현력 등을 저울질 한다. 답변 태도를 살피기 위해 일부러 지원자를 궁지에 몰아 넣기도 한다. 베인앤컴퍼니 박성훈 부사장은 "끝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고 차분하고 자신있게 답하는 사람에게 좋은 점수를 준다"고 말했다. 업체에 따라 선호하는 인재상도 다르다.

매킨지 서울사무소 최원식 파트너는 "전체적으로 무난한 사람보다는 어느 한 부분이라도 튀는 사람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베인앤컴퍼니 박 부사장은 "너무 튀는 사람보다 성격이 원만한 사람을 더 많이 뽑는 편이다"고 말했다. IBM BCS 등 규모가 큰 컨설팅업체에는 500명이 넘는 컨설턴트들이 일한다.

경영 컨설턴트란=기업의 경영 전략을 종합적으로 조언해주는 직업으로 전문 컨설팅 회사에 일한다. 기업의 경영전략을 짜주는 경영전략 컨설팅 업체와 IT 시스템 분야를 조언해주는 IT전문 컨설팅 업체 등이 있다. 최근 경영전략 컨설팅 업체들이 IT컨설팅 부문을 강화하고 있고 IT컨설팅 업체는 경영 컨설팅에 나서고 있어 컨설팅 영역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이런 인재를 좋아해요="우리 조직에 잘 어울리는 사람이 좋다. 개인적 능력도 중요하지만 같은 조건이라면 대인 관계가 좋은 사람을 뽑겠다. 컨설팅은 팀플레이가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베인앤컴퍼니 박성훈 부사장

"같은 조건의 지원자라면 우리가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을 뽑는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스파이크(spike.돌출된 부분)'를 가진 사람을 좋아한다." -매킨지 서울사무소 최원식 파트너

"논리적이고 문제에 대한 접근 능력이 좋은 사람을 채용한다. 전문적인 지식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정보를 한발 빨리 얻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선호한다."-IBM BCS 강혜진 차장

홍주연 기자

선배님
이게 궁금해요 ?

Q. 컨설팅 회사의 연봉 수준은.

A. 업체마다 편차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연봉은 대기업보다 높은 편이다. 규모가 큰 컨설팅 업체의 신입 직원은 4000만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다. 성과를 내면 입사 4~5년 만에 억대 연봉을 받을 수도 있다.

Q. 해외 유학 갈 기회는 있나.

A. 해외 경영학석사(MBA) 취득 기회는 넓은 편이다. 일정기간 일하고 근무성적이 좋으면 나갈 기회가 많다. 학비와 생활비를 모두 지원해준다. 학위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오는 것이 원칙이나 귀국한뒤 간혹 다른 회사로 옮겨가는 경우도 있다.

Q. 컨설턴트의 진로는.

A. 제대로 승진하면 파트너(업체의 수익을 책임지는 이사급 임원)로 경영에 참여할 수도 있다. 파트너급에 오르는데 걸리는 시간은 개인마다 다르다. 일부 컨설턴트는 입사 10년 미만에도 파트너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컨설턴트들은 입사 3~5년이 지나면 대기업.외국기업으로 옮긴다.

이렇게 뚫었다!

매킨지 서울사무소에 입사한 김지선씨

취업 동아리서 1년간 면접 훈련

지난해 초 매킨지 서울사무소에 입사한 김지선(26.사진)씨는 "학창 시절부터 컨설턴트가 되기 위해 스터디 활동을 한 것이 입사에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여러 기업의 경영 사례를 체험하고 싶어서 컨설턴트쪽으로 진로를 택했다는 그는 1년동안 해외 어학연수 등으로 영어 실력을 다졌다.

또 컨설팅 업체 입사를 준비하는 '경영 전략 동아리'에 가입했다. 선후배들과 함께 기업 케이스를 분석하고 토론를 했다. 토론 주제는 컨설팅 업체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떠 있는 면접 사례를 활용했다. 김씨는 "우리끼리 면접 연습을 하면서 논리력을 키울 수 있었고 실제 면접장에서도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면접 중 개인 이력에 대한 질문이 많았던 것은 의외였다고 한다. 김씨는 "면접관들이 주어진 시간의 절반 이상을 학창 시절 경험 등에 대해 물어봤다"며 "나에 대한 자신감을 강조하면서 질문에 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원어민 수준의 영어 실력이 있어야 외국계 컨설팅에 입사하는 것으로 알았으나 의사소통에 문제 없을 정도면 된다는 선배의 조언에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컨설팅 업체의 강점으로 자유로운 토론 문화를 들었다. 신입사원이라도 대표나 팀장에게 자신의 의견을 서슴없이 내 세울수 있다고 했다. 김씨는 "조직 내에서 남녀 차별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김씨의 꿈은 2~3년 뒤 해외 경영학석사(MBA)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는 "회사에서 학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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