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옥류관, 아부다비 5성호텔서 호황 … 북한식당 압박해 ‘돈줄 죄기’ 효과 못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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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한 식당 옥류관이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의 5성급 호텔에 진출해 영업 중이라고 복수의 대북 소식통이 15일 밝혔다. 북한 식당이 해외 5성급 호텔에 점포를 낸 것은 처음이다. 옥류관은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북한의 대표적 국유 식당 기업으로 10여 년 전부터 베이징 대성산관 등 중국·동남아에 점포를 내면서 해외 진출을 추진해 왔다.

지난달 초부터 입점해 영업 중 #중국인 주 고객 … 한국인도 찾아 #4~5인 식사비 베이징보다 비싸

아부다비 옥류관의 라마단 기간 할인행사 홍보물.

아부다비 옥류관의 라마단 기간 할인행사 홍보물.

대북 소식통은 “지난달 초 평양 옥류관이 UAE 수도 아부다비 중심부의 세계적 호텔 체인인 그랜드밀레니엄 알와다에서 영업을 시작했다”며 “중국인 관광객과 사업가들이 주 고객이며 한국·일본인과 서양인 사업가들의 접대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앞서 두바이에 개점한 북한 식당 2곳의 영업 실적이 좋아 아부다비 5성급 호텔에 입점하게 된 것”이라며 “베이징에서 북한 식당 운영 경험을 가진 북한 여성이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지에서 식당을 이용했다는 또 다른 소식통은 “북한 여성 종업원들이 서빙과 공연을 함께하는 영업 업태는 다른 북한 식당과 비슷하지만 5성급 호텔에 걸맞게 인테리어 등이 고급스러웠다”며 “해가 지기 전에는 금식을 하는 이슬람 풍속인 라마단 기간을 맞아 20% 할인해 주는 특별 세일을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음식 가격은 베이징의 북한 식당보다 훨씬 비싸 네댓 명이 방에서 식사하고 노래 부른 값이 500달러(약 56만원)를 넘었다”고 말했다.

그랜드밀레니엄 호텔 홈페이지에는 ‘프라임 옥류(Prime Okryu)’란 이름으로 ‘정통 한식(authentic Korean dishes)’, 가라오케 제공 등으로 소개돼 있다. 프라임이란 이름은 UAE 현지 투자업체와 합작 형태로 영업하기 때문에 붙은 것으로 풀이된다. 대북 소식통은 “아부다비에 앞서 두바이에서 문을 연 북한 식당 한 곳은 한때 현지에서 꽤 유명한 한식업체였던 ‘대장금’이 영업 부진으로 철수한 자리를 물려받아 개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옥류관이 5성 호텔에 진출하는 등 북한 식당이 해외 영업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한국 정부가 지난해 추진한 북한 식당 압박 전략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박근혜 정부는 핵개발 돈줄 차단의 일환으로 여행사들이 북한 식당을 이용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등 압박 정책을 펼쳤다.

정부 당국자는 “초기에는 고객이 감소하기도 했으나 1년여 지난 지금 그 성과가 지속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북한 식당이 가장 많은 중국의 경우 100여 개 점포가 있는데 그 숫자는 1년 전에 비해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식당 영업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 포함된 사항이 아니고, 북한이 제3국에서 현지인을 상대로 합법적인 영업을 하는 것을 막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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