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면담 거부로 매케인 방한 무산? 靑 "사실과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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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매케인 미 상원 군사위원장이 지난달 말 방한을 추진했지만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약속하지 않아 취소했다고 15일 일본 아사히 신문이 보도했다.

아사히 신문은 서울발 기사에서 한·미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미 공화당 중진인 매케인 위원장이 5월 28일로 예정했던 방한을 취소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방한 취소 배경과 관련, 이 신문은 “매케인 위원장이 방한 기간 중 문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했지만 청와대는 끝까지 이를 확약하지 않았다"며 "문재인 정부가 미 의원 방문단 면담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맥 손베리 미 하원 군사위원장과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 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도 지난달 29일 한국을 찾았지만 문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고도 소개했다. 그러면서 “면담 거부 등으로 미국 측의 태도가 경직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국을 방문한) 미 상원 의원들을 무조건 만났다”며 “문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중시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미국 측에선 진의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사히의 보도 내용 중 사실이 아닌 것이 많다”며 “하지만 대통령의 일정과 관련된 부분이고, 외교 상대가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사실이고 아닌지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고, 한미동맹의 강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 기사에 언급된 한분 한분이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는 분들인데 한국 정부가 그 분들을 홀대해서 얻을 이익이 대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답이 쉽게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사정에 밝은 정부 소식통은 “당시는 신정부 출범 직후여서 문 대통령이 소화해야 할 일정이 많았고, 청와대 외교안보라인도 정비가 되지 않아 결정에 시간이 걸렸다”며 “며칠 뒤 문 대통령이 만나겠다고 답을 했는데 매케인 위원장 측은 그 사이 이미 한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를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한국 측이 매케인 위원장의 청와대 예방을 거절해 방한이 무산된 것이 아니라 여러 상황을 감안한 매케인 위원장이 방문지를 바꾼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미 상원의원이 워싱턴 조야에서 갖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문 대통령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들과 만나려는 의지를 보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에서 상원의원은 한명 한명이 모두 대선후보급이고, 특히 매케인 위원장은 미 의회 내에서 한미동맹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북한 문제에도 관심을 갖는 이들”이라며 “문 대통령이 미 의회 인사들과 좋은 첫인상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을 다녀온 한 학계 인사는 "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 등으로 파열음이 났던 한미관계가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시 정상을 되찾고 있는 듯 보이지만 이는 일시적 봉합에 불과하다는 게 워싱턴 조야의 분위기”라고 우려했다.

유지혜·윤설영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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