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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Fed 허리띠 죄기 시작...금융시장은 담담

중앙일보

입력

미국이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올렸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불어난 자산도 줄여 나가기로 했다. 느슨해진 허리띠를 바짝 조이는 긴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1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오른 1∼1.25%로 결정했다. 금리를 결정하는 9명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중에 8명이 찬성했다. 지난 3월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지 3개월 만이고 제로금리에서 벗어난 2015년 12월 인상 이후 네 번째다. 언뜻 보기에 가파른 상승이지만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처음으로 맞는 1%대 금리다. 금리 상단이 한국은행 기준금리와 같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점진적인 금리 인상은 그동안의 경제 진전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올 하반기 한 차례 더 금리 인상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9월이나 12월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

석달 만에 기준금리 0.25%P 또 인상 #한국과 기준금리 같아져..역전 가능성도 #선진국 중앙은행 통화정책 정상화 몰리면 #신흥국 금융시장 긴축발작 가능성 대비해야

 시장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보다 자산 축소계획에 더 주목했다. 연준은 이날 4조5000억 달러 규모의 보유자산 축소방침을 분명히 밝히면서 시장을 긴장하게 했다.  옐런 의장은 “경제가 전개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결정하되 예상보다 빨리 매각에 나설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당장 하반기부터 매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연준은 그동안 만기가 돌아오는 자산을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자산 규모를 유지해 왔다. 자산을 매각하게 되면 2008년 이후 양적완화로 풀린 돈이 회수된다. 금리 인상과 마찬가지로 통화 긴축효과가 있다.

 연준의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글로벌 금융시장은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이날 미국 다우지수는 0.22% 올랐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0.10%, 0.41% 각각 내렸다. 15일 아시아증시는 전반적으로 약세였지만 하락 폭은 크지 않았다. 한국 코스피는 전날보다 10.99포인트(0.46%) 내린 2361.65로 마감했다. 도쿄 닛케이225지수는 0.26%, 홍콩 항셍지수는 1.02% 하락했다. 상하이지수는 0.06% 올랐다.

 원화가치는 소폭 하락했다. 이날 달러당 원화 값은 하루 전보다 0.2원 하락한 1124.1원에 마감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될 거라는 점은 기정사실이었기 때문에 그 영향이 시장에 선반영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금리를 올렸지만 오히려 달러 약세에 무게를 두는 전문가도 있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유로존이나 신흥국에선 경기 회복 국면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이 글로벌 시장에 큰 충격을 던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달러화는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내 연준의 자산축소와 추가 기준금리 인상, 유럽중앙은행(ECB)의 긴축이 몰릴 경우 시장에 일시적 충격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김유겸 케이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말 유럽중앙은행(ECB)·일본은행(BOJ)·영란은행(BOE) 등 주요국 중앙은행에서 출구전략이 시작되거나 논의되면 신흥국에선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긴축 발작이 일어날 우려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서울=이새누리·김유경 기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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