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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기차 할당량 못채우면 일반차도 못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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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자동차 생산량은 230만 대에 달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내년부터 총 생산 대수의 일정 비율만큼 의무적으로 전기차를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서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는 현대차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자칫 전기차 생산을 못 하면 일반 자동차마저 생산할 수 없게 된다. 지난 2월 부랴부랴 ‘위에둥(悅動·한국명 아반떼)’모델의 전기차를 생산하기로 결정한 이유다.

중국 지리그룹 산하 전기차 메이커 링크앤코(Lynk&Co)가 내놓은 콘셉트카 [사진 링크앤코]

중국 지리그룹 산하 전기차 메이커 링크앤코(Lynk&Co)가 내놓은 콘셉트카 [사진 링크앤코]

중국 정부가 최근 결정한 ‘친환경차 의무 판매제’가 문제의 뿌리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내년부터 중국 내 모든 자동차 업체는 전체 자동차 생산량의 8%에 해당하는 ‘친환경 자동차 포인트(점수)’를 쌓아야 한다. 일반 자동차 100만 대를 생산하는 업체라면 8만 포인트가 필요하다. 그래야 10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다. 포인트를 채우지 못하면 다른 업체에 돈 주고 사와야 한다. ‘탄소배출권 거래제’와 비슷하다. 이도 저도 못하면, 벌금을 내야 한다.

[자료 삼성증권]

[자료 삼성증권]

도대체 ‘친환경 자동차 포인트’가 뭐길래?

친환경 자동차를 생산했을 때 얻는 점수라고 생각하면 된다. 근데 이게 좀 복잡하다. 차종과 성능별로 점수가 다르다. 이를테면 순수 전기차, 또는 배터리 자동차의 경우 1회 충전에 350㎞ 이상을 갈 경우 1대당 5포인트를 받게 된다. 순수 전기차로 한 번에 80㎞ 이상만 주파해도 2점은 받을 수 있다. 하이브리드카는 한 번 충전으로 50km 이상을 달릴 수 있다면 2포인트를 받는다. 첨단 기술에 성능까지 우수하면 점수를 더 주겠다는 뜻이다.

BYD의 주력 전기차인 ‘e6’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250마일(약 402km·미국 기준)에 달한다. [사진 BYD]

BYD의 주력 전기차인 ‘e6’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250마일(약 402km·미국 기준)에 달한다. [사진 BYD]

전기차 전문 업체인 BYD의 경우를 보자. BYD의 주력 전기차인 ‘e6’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250마일(400㎞)에 달한다. 지난해 10만 대를 판 BYD가 ‘e6’만 생산한다고 가정하면 총 50만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다. BYD는 그 비율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솔린(디젤) 엔진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고, 남은 포인트가 있다면 다른 회사에 팔 수도 있다.

중국 공신부가 밝힌 신에너지 의무판매제상 점수 산출 기준. 이 표는 차종·거리별로 점수에 차등을 두고 있다. 차종은 크게 순수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PHEV), 연료전지차 총 3가지로 나눴고, 1회 충전에 갈 수 있는 거리가 길수록 점수를 높게 준다. [자료 공신부·차이나랩]

중국 공신부가 밝힌 신에너지 의무판매제상 점수 산출 기준. 이 표는 차종·거리별로 점수에 차등을 두고 있다. 차종은 크게 순수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PHEV), 연료전지차 총 3가지로 나눴고, 1회 충전에 갈 수 있는 거리가 길수록 점수를 높게 준다. [자료 공신부·차이나랩]

다시 현대기아차 얘기를 해보자.  

내년부터 친환경차 의무생산제가 시행되면 전체 생산량 230만 대의 8%인 18만4000포인트가 필요하다. 내년 중국에서 전기자동차를 생산하지 못한다면, 전기차 메이커인 BYD나 테슬라 등으로부터 포인트를 사와야 한다. 아니면 벌금을 내야 할 판이다. 현대자동차 측은 이번 조치에 대해 “중국 현지 상황을 파악 중”이라며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동풍열달기아 모두 신에너지차 생산 라이선스는 갖고는 있다”고 답했다.

전기차 충전 중인 중국인들 [사진 차이나 데일리]

전기차 충전 중인 중국인들 [사진 차이나 데일리]

지난 3월까지만 해도 문제가 이리 커질 줄 아무도 몰랐다. 주무 부처인 중국 공업화신식화부(工业和信息化部, 이하 공신부)가 시행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었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자동차공업협회조차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해 친환경 자동차 생산량을 보면 중국 자동차 업계 전체가 확보할 수 있는 포인트는 3%에 불과하다”는 게 이유였다. 독일 정부도 시행을 재고해달라고 요구할 정도였다. 이에 먀오웨이 중국 공업정보화부 부장(장관)도 “규제 기준을 완화하거나 시행을 미루겠다”며 한발 물러섰었다.

완성차 전기차 중국 출시 계획 [자료 삼성증권]

완성차 전기차 중국 출시 계획 [자료 삼성증권]

그러나 최종안은 원래 그대로였다. 친환경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는 자동차 업체는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의지다. 가솔린 자동차에서는 미국에 졌지만, 전기 자동차는 능가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정부는 ‘친환경 자동차 포인트’를 2020년까지 매년 2%씩, 최대 12%까지 올릴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는 당황스럽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말부터 전기차 보조금 수령 기준도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중국 전기차 생산업체는 169개나 될 정도로 난립하는 상황이고, 일부 업체는 보조금까지 부정 수령하는 등 시장 질서마저 어지러운 상황이다. 보조금을 쥐여주면서 재정 부담을 견뎌왔던 정부 입장에서도 전기차 업계가 곱게 보일 리 없다.

올해 2월 전기차 모델 중국 생산이 결정된 베이징현대의 올 뉴 위에둥 [사진 중앙포토]

올해 2월 전기차 모델 중국 생산이 결정된 베이징현대의 올 뉴 위에둥 [사진 중앙포토]

당장 버텨낼 업체는 몇 개나 될까.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연 1만 대 이상을 판매하는 기업을 꼽았다. BYD(비야디), 베이징자동차(BAIC), 쭝타이(Zotye), 상하이자동차(SAIC), 지리(Geely) 등이다. 특히 지리가 볼보와 통합 플랫폼을 통해 출시할 친환경차 브랜드 ‘링크앤코(Lynk & Co)가 기대주로 떠올랐다.

중국 증권업계가 신에너지차 규제 강화에 수혜가 예상된다고 꼽은 차종이다. 현대기아차는 빠져있다. [자료 장강증권]

중국 증권업계가 신에너지차 규제 강화에 수혜가 예상된다고 꼽은 차종이다. 현대기아차는 빠져있다. [자료 장강증권]

외국 업체로는 테슬라가 유일하게 회자된다. 중국에서 ‘모델S’가 꾸준히 팔리는 한편 지난해 6월엔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모델 X’도 아시아 최초로 중국에 선보인 덕분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상반기 상하이 정부가 소유한 진차오그룹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중국에 90억 달러(10조원) 규모의 공장까지 짓고 나섰다. 완공되면 테슬라는 중국에서 직접 차를 생산하는 아우디, BMW는 물론 중국 현지 전기차 업체들과도 어깨를 견줄 수 있게 된다.

일론 머스크(46) 테슬라 이사회 의장 겸 CEO(왼쪽), 미국 테슬라 모터스가 네바다주 리노의 사막지대에 건설하고 있는 대규모 배터리 공장 ‘기가팩토리’(가운데),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레몬트 테슬라 공장 내부(오른쪽) [사진 중앙포토·테슬라]

일론 머스크(46) 테슬라 이사회 의장 겸 CEO(왼쪽), 미국 테슬라 모터스가 네바다주 리노의 사막지대에 건설하고 있는 대규모 배터리 공장 ‘기가팩토리’(가운데),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레몬트 테슬라 공장 내부(오른쪽) [사진 중앙포토·테슬라]

현동식 한국투자신탁운용 상하이사무소장은 “중국에서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자동차 출시 라이선스를 가진 업체가 50여 개 정도”라며 “전 세계 신에너지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차이나랩 김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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