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되는 ‘정치 감사’ 논란, 청와대 수시보고 관행 없애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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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감사원이 이명박 정부 국책사업인 4대 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감사 착수를 14일 결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가 나온 지 23일 만이다. 4대 강 사업에 대해선 이번이 네 번째 감사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였던 2013년에 이어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에도 4대 강 사업이 또다시 감사원 감사의 타깃이 됐다. 그래서 자유한국당 등 야권에선 문 대통령의 지시 이후 일련의 과정에 대해 “정치적 부관참시이자 한풀이 정치 보복”(추경호 의원)이란 비판이 나왔다.

감사원 4대 강 사업 전 과정 감사 착수 #문 대통령 업무지시 6호서 출발 #정권 바뀌자마자 또 … 이번이 4번째 #감사원 독립성·공정성 흔들 우려

감사원 관계자는 이날 “지난 9일 공익감사청구자문위원회가 환경단체가 요구한 4대 강 사업 감사 수용 여부를 검토한 결과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또 “당초 올해 감사계획에 4대 강 수역의 수량 관리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가뭄 및 홍수 대비 추진실태’ 감사를 준비 중이었다”고도 했다. 미리 준비하고 있었는데 마침 환경단체들로부터 감사 청구가 들어왔고, 자문위가 필요성을 인정해 감사를 실시키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문 대통령이 취임 12일 만에 4대 강 감사를 지시했고 청와대는 이를 ‘업무지시 6호’라고 공개했다. ‘정부부처, 국회, 300인 이상의 국민 등만이 감사 청구할 수 있다’고 한 감사원법에 위반된다는 논란이 제기되자 지난달 24일 녹색연합 등 40개 시민·환경단체로 구성된 한국환경회의가 감사를 청구했다. 야당에선 이 때문에 “대통령 지시 때문이 아님을 강조하려다 보니 감사원의 말이 길어진다”고 냉소했다.

감사원이 밝힌 이번 감사 대상은 ▶정책 결정 과정 ▶계획 수립 ▶건설공사 ▶수질 등 사후관리 점검 ▶성과 분석 등이다. 4대 강 살리기 사업의 전 과정이 총망라됐다. 감사원은 1~3차 감사 때 이미 들여다본 내용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이 정권이 바뀌자마자 역대 정권이 이미 실시한 감사를 또다시 지시하는 것은 감사원의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성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또 “대통령 직속기관인 감사원이 감사 과정에서 대통령에게 수시보고를 하는 관행이 이어질지가 초점”이라고 지적했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감사원이 검찰·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과 함께 4대 권력기관이 되는 핵심 통로가 바로 이것”이라며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는 첫째 조치는 청와대 수시보고 중단 선언”이라고 말했다. 한편 내년 개헌을 목표로 하고 있는 국회 개헌특위에선 ▶대통령 직속기구인 감사원을 아예 독립기구화하거나 ▶미국처럼 국회 소속으로 바꾸기로 뜻을 모은 상태다.

차세현·김록환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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