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지폐 확인 첨단 기술로 가짜 휘발유 잡는다

교통안전공단과 한국조폐공사가 위조지폐 판별 기술을 이용해 가짜 휘발유를 판별할 수 있는 용지를 개발했다. 가짜 휘발유가 용지에 닿으면 색깔이 변한다. [사진 교통안전공단]

주요소 중엔 ‘정량’ ‘정품’을 강조하는 현수막을 내건 곳이 많다. 정품이 아닌 이른바 '가짜 휘발유'를 파는 곳이 일부 있다는 방증이다. 가짜 휘발유는 휘발유에 시너 등 값싼 다른 성분을 섞은 것이다. 소비자는 가짜 휘발유인지 모르고 속아서 사게 되는데  자동차 엔진에 손상을 입혀 치명적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교통안전공단, 한국조폐공사와 14일 업무 협약 #위폐 확인 기술 응용…판별용지 세계 최초개발 #휘발유 한 방울 떨궈 가짜면 2분 이내 색깔 변해 #9월부터 전국 25개 자동차검사소에서 시범 운영 #가짜 휘발유 판매처 신고하면 200만원 포상금

이 같은 가짜 휘발유를 잡아내는 데에 한국조폐공사의 기술이 동원된다. 조폐공사가 위조지폐를 확인하는 기술을 활용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가짜 휘발유 판별용지가 나왔다.
교통안전공단은 14일 한국조폐공사와 ‘가짜 휘발유 판별서비스 시행’과 관련한 업무 협약을 맺고 오는 9월부터 서울 강남, 부산 해운대 등 전국 자동차검사소 25곳에서 검사소 방문 차량의 연료탱크에 있는 휘발유의 진위를 판별해 주기로 했다.

가짜 휘발유 판별은 자동차 정기검사 등을 위해 검사소를 찾은 자동차의 연료탱크에서 휘발유를 뽑아 한 방울을 판별용지에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휘발유가 정품이 아닐 경우 용지 색깔이 2분 안에 연한 청색으로 변한다. 다른 성분을 섞지 않은 정품이라면 색깔이 변하지 않는다.

이 용지는 한국조폐공사의 위조지폐 방지기술을 응용한 것이다. 가짜 휘발유의 특정 성분이 특수 화학처리된 용지에 닿으면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방식이다. 한국조폐공사는 “보안과 기술 유출 문제 때문에 구체적인 원리를 설명하긴 곤란하다”고 밝혔다. 교통안전공단과 한국조폐공사는 지난 2월 이후 가짜 휘발유 적발 방법을 긴밀하게 논의해왔다

교통안전공단 김은석 검사운영처장은 “올 12월까지 시범운영을 한 후 내년부터는 전국의 모든 자동차검사소에서 의무적으로 가짜 휘발유 진위를 점검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조폐공사는 판별용지를 제조해 공단에 공급하고 공단은 검사 매뉴얼 등을 준비해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짜 휘발유임이 밝혀지더라도 운전자에겐 책임을 묻지 않는다. 오히려 가짜 휘발유를 판 주유소를 운전자가 석유품질관리원에 신고하고 사실로 확인되면 200만원의 포상금이 주어진다.

가짜 휘발유 제조공장 탱크로리(위), 그리고 이 공장에서 보관 중인 가짜 휘발유.[중앙포토]

공단이 이 같은 방법으로 가짜 휘발유 적발을 강화하는 것은 가짜 휘발유가 근절되지 않고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시특별사법경찰은 가짜 석유제품을 정품으로 속여 팔아 석유 431만L(66억원 상당)를 부당하게 유통한 혐의(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등 위반)로 주유소 사장 등 1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가짜 휘발유는 자동차에 큰 피해를 입힌다. 연료 계통의 고무 부품을 쉽게 손상시켜 부품 수명을 단축시키고 엔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실제로 가짜 휘발유로 인해 차가 주행 중에 멈춰서거나 화재가 발생하는 등의 사고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 또한 가짜 휘발유에는 유해물질인 톨루엔과 메탄올 등이 들어 있어 흡입시 현기증·마비·구토 등을 일으킨다.

교통안전공단 오영태 이사장은 “가짜 휘발유는 연간 약 1조 원의 세금 손실, 대기오염 물질 과다배출로 인한 환경오염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앞으로 가짜 휘발유 판별 용지가 사용되면 가짜 휘발유 유통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