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이거나 저체중이거나…1인 청년 가구 영양 불균형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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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이 편의점에 마련된 1인 좌석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외식과 간편식을 즐기는 청년층 1인 가구는 영양 불균형으로 저체중·비만 등 건강 문제를 겪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박정렬 기자

30대 직장인이 편의점에 마련된 1인 좌석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외식과 간편식을 즐기는 청년층 1인 가구는 영양 불균형으로 저체중·비만 등 건강 문제를 겪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박정렬 기자

 직장인 하모(32·서울 용산구)씨는 대학 입학 이후 지금까지 10년 넘게 혼자 살고 있다. 끼니는 외식이나 간편식으로 때우고, 집에서 ‘혼술(혼자 술마시기)’도 자주 한다. 그러는 사이 몸무게가 20kg 넘게 불었다. 하씨는 "혼자 있다보면 끼니를 거르거나 아예 한꺼번에 먹는 경우가 많다. 주변에 혼자 사는 친구들도 식사 패턴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14일 건보공단 세미나서 빅데이터 분석 결과 발표 #34세 이하 청년층 1인 가구 중 여성은 저체중 비율 최고 #반면 남성은 고도비만율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탄산음료·과자 등 가공식품 잦은 섭취가 원인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양극화 현상 뚜렷" #개인 노력에 영양·운동 관련 정책적 뒷받침 필요

 국내 1인 가구의 35.7%가 20~30대 청년층이다. 이들은 혼자 밥을 먹고, 술을 마시는 '혼밥'과 '혼술'도 가장 많이 한다. 또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메뉴를 선호하다 보니 영양 불균형을 겪기도 쉽다. 실제 빅데이터 분석 결과 1인 가구 중에서도 34세 미만 청년층의 영양 불균형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서울시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한국인의 비만 : 이슈 진단과 정책 제언' 세미나에서 건보공단의 김연용 빅데이터운영실 건강서비스지원센터장은 "가구원수에 따른 고도비만율·저체중율을 조사한 결과 청년층 1인 가구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했다"고 발표했다.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2015년 기준 1인 가구의 저체중율(체질량지수(BMI)가 18 이하인 비율)은 5.8%로 3인 가구(5.5%)나 2인 가구(5.4%)보다 높았다. 특히 34세 이하 여성 1인 가구의 저체중율은 14%로 평균치의 2배 이상이었다.

1인가구 비만율

1인가구 비만율

 반면 1인 가구의 고도비만율(BMI 30 이상)은 5.2%로 2인 가구(5.6%)나 3인 가구(5.3%)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인 가구는 2011년과 비교해 고도 비만 증가 폭이 가장 컸다. 34세 이하 남성의 고도 비만율은 2015년 8%로 모든 연령 중에서 가장 높았다.
청년층은 칼로리(열량)는 높지만, 영양소는 적은 가공식품을 많이 찾는다. 이런 식습관이 영양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건보공단이 구강검진 자료를 이용해 연령대 별 탄산음료 섭취율과 과자·케이크 등 단순당 섭취율을 분석한 결과, 청년층의 섭취율은 가구원수와 관계 없이 가장 높았다.

1인가구 저체중율

1인가구 저체중율

또, 1인 가구의 고위험 음주율(주 2회, 1회 7잔(여성은 5잔) 이상 술을 마시는 비율)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은  35~49세의 중년이, 여성은 34세 이하 여성이 고위험 음주율이 가장 높았다. 김연용 센터장은 "1인 가구의 영양 불균형이 저체중과 고도 비만이란 양극화 현상으로 표현되고 있다"며 "1인 가구의 건강을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과 함께 건강지원식당 개설, 자전거도로 확충 등 영양·운동 분야에 정책적인 뒷받침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 제안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최원정 교수는 '비만에 영향을 미치는 정신건강의 실태 및 정책 제언' 발표에서 스트레스·우울증이 비만의 위험을 높인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 교수는 "정신건강과 비만이 서로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비만 관리사업에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교육도 병행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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